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7월 21일] 상장회사 공시담당자의 哀歡

얼마 전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공시담당자들의 정보 공유와 교류 확대를 위해 매년 개최하는 공시담당자 워크숍을 열었다. 이날 공시 관련교육과 함께 저녁에는 조촐한 회식자리가 마련됐다. 같은 일을 하는 사람끼리 모이다 보니 업무와 관련된 수많은 에피소드와 애환을 이야기하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다. 공시담당자들은 최근 회사의 경영활동이 과거보다 활발해지고 소액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공시의 책임이 한층 더 무거워졌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2000년 공시담당자 지정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이들이 실명으로 공시업무를 처리하다 보니 책임감과 업무위험 또한 훨씬 높아져 사내에서 기피하는 직무로 인식되고 있다고들 한다. 회사의 경영활동과 상관없이 주가가 급락할 때면 여지없이 공시담당자의 전화는 불이 난다. 이때마다 공시담당자들은 주주에게 회사 현황을 명확하게 설명해야 하고 때로는 주주의 하소연을 받아주는 상담자 역할도 하느라 정신이 없다. 또 8월 휴가철이 돌아오면 공시담당자는 되레 본격적인 업무철(?)에 돌입하게 된다. 12월 결산 상장회사의 반기보고서 제출과 관련해 각종 자료수집 및 보고서 작성에 여념이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바쁘고 고된 업무에도 불구하고 공시담당자의 과실과 관계없이 회사가 불성실 공시법인으로 지정되기라도 하면 이들에게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무거운 책임을 묻게 된다. 이 때문에 공시업무는 '잘해야 본전(?)'이라는 푸념 섞인 말도 흘러나온다. 지난해 상장기업은 모두 7만8,545건의 공시를 쏟아냈다. 회사당 평균 100여건으로 매주 2건의 기업정보가 투자자에게 제공된 셈이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표준내부정보관리규정 제정, 공시 체크 프로그램 제공, 사내직원 대상 불공정거래 예방교육 등을 통해 공시업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지원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원활한 공시업무를 위해 그들의 자부심과 기(氣)를 살릴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이 공시업무 및 담당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들의 효율적인 업무 지원을 위해 많은 배려를 해줘야 한다. 오늘도 투자자보호와 자본시장 발전의 첨병 역할을 다하고 있는 공시담당자여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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