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춤추는 기름값 감시 강화를

"기름넣지 마세요." 앞뒤 뚝 자른 이 말은 언뜻 중동에 전운이 고조되면서 유가가 치솟자 정부나 시민단체가 내놓은 캠페인성 구호 같다. 하지만 단정적인 이 호소는 한 정유사의 직원이 소비자에게 한 말이다. 속사정을 알기 위해 살을 붙이면 이렇다. 이 소비자는 정유사의 가격인하 발표를 듣고 기름을 넣으러갔는데 정작 값은 그대로였다. 주유소에 항의해도 요지부동이어서 정유회사 고객센터로 고발전화를 했다. 그러나 정유사로서도 뾰족한 해결책이 없자 그 직원은 인근의 다른 주유소를 소개시켜주며 이렇게 조언했다. 실제 소비자가 체감하는 기름값에 대한 결정권은 이제 상당 부분 정유사를 떠났다. 공급과잉 상태에서 수입업체들이 값싼 외국 제품으로 시장을 파고드니 정유사는 국제유가ㆍ환율변동 외에도 살펴야 할 눈치가 많다. 이 때문에 정유사의 수익성은 악화된 지 오래다. 물론 경쟁을 유도해 정유사가 가격결정에 일방적이지 못하게 한 점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소비자에게 이득을 안겨주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소비자는 지난 한해에만 시중 주유소에서 리터당 100원가량 비싼 가격으로 휘발유와 경유를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도권 기름값은 전국 평균가를 50원 이상 웃돌고 있다. 한해 1조원이 넘는 돈이 중간 유통상의 호주머니로 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정부의 유통질서 정립이 시급하다. 정유사간, 정유사와 수입사간의 무한 경쟁이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정부는 지금이라도 정유사와 대리점, 주유소간의 거래상황을 면밀히 감시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지난해 도입한 주유소의 복수상표 표시제가 철저히 지켜지는지 눈을 크게 뜨고 지켜봐야 함은 물론이다. 누구보다 소비자가 꼼꼼히 기름값을 살펴야 한다. 최근 연이은 국제유가 상승으로 조만간 소비자가격도 들썩일 가능성이 높다. 교묘한 눈속임으로 기름값을 왜곡시키는 악덕상혼이 나타날 가능성 또한 높다. 잘 살펴 그런 곳에서는 기름을 넣지 않는 시민운동이라도 벌여 응징해야 않을까. 손철<산업부>기자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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