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부실시공이 괴로워…/건축업자 고민끝 자살

◎자신이 지은 동네상가 붕괴위험/건물주 재건축 독촉에 죽음 택해/“남들은 발뺌하는데… 혼자 왜 죽나” 주민들 눈시울부실시공은 건축업계의 고질이다. 이보다 더한 고질은 부실시공에 대해 책임을 지지않는 풍토다. 해마다 숱한 인명과 재산피해를 낳고있음에도 부실시공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자신이 지은 건물의 하자보수 문제로 괴로워하던 건축업자가 자살했다. 서울 동작구 상도2동에 사는 성모씨(58)는 지난 9일 자신의 집에서 목을 매 자살, 가족들에게 발견됐다. 성씨의 자살 이유는 인근에 자신이 건축한 상가건물의 하자 때문이었다. 영세건축업자인 그는 주로 소규모 주택과 상가를 지어 팔아 생계를 꾸려왔다. 7년 전에 그가 인근 상도1동에 건축한 3층짜리 상가주택이 벽에 금이 가고 물이 새는 등 문제가 생겼다. 성씨는 건축주의 요청에 따라 그동안 서너 차례에 걸쳐 하자보수를 했지만 고쳐지지 않고 오히려 무너질 위험에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방 두칸짜리 반지하 주택에 세들어 사는 성씨로서는 1억원이 넘는 재건축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다. 더욱이 성씨는 죽기 사흘전 건축주로부터 『고소당할 각오를 하라』는 얘기를 듣고 무척 충격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성씨의 부인 고모씨(52)는 『평소 내성적인 성격인 남편이 며칠전부터 상가 하자보수 문제로 많이 괴로워했다』며 『자신이 지은 건물의 하자를 책임질 방법이 없어 죽음을 택한 것 같다』고 울먹였다. 인근에 4가구 정도의 주택 건축공사를 여러번 해 이웃에도 잘 알려져 있는 성씨는 인근 주민들 사이에 「양심적인 업자」로 불렸다. 이웃의 박모씨는 『자신이 지은 집에 조그만 문제라도 있으면 당장 달려가 성심껏 고쳐주는 요즘 세상에 보기드문 양심적인 사람이었다』며 『이처럼 성실한 사람이 죽음을 택했다는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와 같이 일을 한 L씨도 『기독교신자인 성씨는 남의 일을 맡아 하면서 마치 내 일인 양 했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인근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대부분 건축업자들이 부실시공을 해놓고도 발뺌하거나 되레 큰소리치기 일쑤 아닙니까. 바보같이 왜 죽습니까』라며 눈물지었다. 부실공사의 나라에서 처음으로 부실시공의 책임을 죽음으로 대신한 성씨는 11일 아침 가족과 형제들의 오열속에 한줌의 흙으로 돌아갔다.<정두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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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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