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업은 바란다:8/기업도 「건전경영」 정도걸어야(경제를 살리자)

◎정치권 「줄대기」 이제 그만… 생산성 향상 매진을한보청문회가 끝난 뒤 한 대기업 경영자는 『우리나라 기업풍토에서는 「경제원리」가 통하지 않는것 같다』는 심경을 피력했다. 값싸고 질좋은 제품을 생산하고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등 기업경영의 본질에 힘쓰기보다는 줄대기로 특혜를 받는 것이 더 빠른 길이라는 얘기다. 또 정상적인 경영활동보다 은행돈을 잘 끌어들이는게 경영자의 능력으로 더 인정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재벌기업 가운데 부채비율이 1천%를 넘는 기업이 많고 부도를 냈거나 부도위기에 처한 그룹 중 대다수는 정치권과의 연루설이 제기되고 있다. 삼미그룹이 부도처리됐을 때 그룹총수는 경영권 포기를 선언하는 자리에서 『정치권의 실세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해명을 해야 했을 정도로 우리기업들은 정치권과 유착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사실 이런 일이 일어난데는 정치권의 「압력」도 있지만 이권을 위한 기업의 자발적인 줄대기도 많았다. 한보사태를 계기로 기업 내부에서 자정을 외치는 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은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 자정의 소리는 「줄대기」에만 국한된게 아니다. 최근 자동차 구조조정문제와 관련된 「보고서 파문」, 경쟁회사의 사업확대를 막기위해 절도까지 저지르는 파행적 영업, 한국종합전시장(KOEX) 부지를 둘러싼 대기업간의 법정싸움 등 기업간 경쟁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이런 모습은 대기업에 대한 이미지를 악화시키는 것은 물론 궁극적으로 「반재벌」의 분위기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정부에 규제완화와 정책적 지원을 끊임없이 요구하면서 기업 스스로는 건전경영 및 경쟁환경 조성에 소홀하다』는 지적은 최근 우리기업들이 처한 위기상황과 관련, 많은 것을 시사한다. 최근 재계에서는 기업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자는 소리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 자성인 동시에 다른 기업에 대한 바람이다. 재계 내부의 이같은 목소리는 무한경쟁시대·보더리스 경쟁시대 등으로 표현되는 21세기 경영환경변화에 대응, 새로운 기업상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과 맞물려 그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LG전자의 냉장고 공개리콜과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와 관련한 현대·삼성의 자발적인 구명운동 및 PCS사업의 전략적 제휴 등이 호응을 얻었던 것도 이같은 변화에 대한 요구와 맥을 같이한다. 또 전경련 등 경제단체가 최근 정치자금 문제를 공개거론하는 등 성역깨기를 본격화하고 있는 것도 본질 추구를 위한 기업들의 새로운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공병호자유기업센터소장은 『기업은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지만 공정경쟁이라는 전제조건 속에서 이를 추구해야 한다』며 『공정경쟁 속에서 질좋고 값싼 제품을 만드는 정도경영에 역량을 집중하는 기업상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점에서 이한구대우경제연구소장의 말은 특별히 주목할 만하다. 『대기업들이 국가나 국민의 기대에 호응하지 못하면 변혁의 시대에 필연적으로 도래하는 구조조정에 필요한 정책지원을 받지 못할 것이다. 보따리장사꾼 시절과는 다른 차원에서 업계 내부의 능력과 「국제기준의 기업문화창달」에 힘써야 한다』.<이용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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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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