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통신업계 ‘싸움과 공조’

사상 초유의 인터넷 대란은 반나절의 인터넷 암흑기를 거치고 난 지난 26일부터 빠른 속도로 안정을 되찾고 있다. 사고 사흘째인 27일 일부 지역에서 속도지연 현상을 보이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사고 이전의 평온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대란을 우려했으나 별 사고 없이 무사히 하루를 보냈다. 이번 인터넷 마비 사태이후 각 사업자들은 `발빠른` 대응능력을 보여줬다. 언론의 책임론에 조목조목 반박하며 신속한 조치를 취해 `시스템은 이상무(無)`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접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업계 `공조`문제다. 업계가 공멸할지도 모를 최대의 위기에 직면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자간에 긴밀한 협조체제가 유지되고 있다는 말은 접하지 못했다. 사태가 발생한 지난 25일에도 이 같은 공조체제는 거의 없었다는 후문이다. 서로 누가 먼저 알았다느니, 누가 먼저 조치를 취했다는 자기과시만 가득할 뿐이었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어차피 기업이 추구해야 할 최고의 가치는 자사의 이윤 추구다. 이 때문에 통신업계 역시 점점 어려워지는 시장환경 속에서 때로 목숨을 건 `싸움`을 벌이기도 하고, 심지어 상대방에 대한 비방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개별 기업간 이익이 상충하는 사안은 분명히 아니었다. 국가의 기간망을 뿌리채 흔들어 버릴 수도 있는 공동의 적과의 싸움이었다. 당장은 국민들의 불편을 초래하지만 더 나아가 그 피해는 사업자들 전체 몫이 된다. 한 업체 관계자는 “솔직히 사고 발생 초기에 사업자들이 보다 원활한 협조체제를 유지했더라면 사상 최악의 인터넷 대란은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상철 정통부 장관도 사고 직후 가진 브리핑에서 “대응체제 등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해 초기 대응에 문제가 있었음을 시인했다. 싸움에만 익숙한 통신업계가 이제는 공동의 적에 맞서는 `공조`의 미덕도 배워야 할 때다. <정두환기자(정보과학부) dhch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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