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동십자각] 밀레니엄 드림

올 연말 벤처기업들이 모이는 술자리에 나가 배운 것이 하나 있다.술잔을 치켜들고 그들이 외치는 권주사는 「나가자」였다. 불과 몇 해전만 해도 「위하여」, 「건배」와 같은 용어들이 「진부하다」는 이유로 퇴출되고 「원샷」(SHOT), 「이기자」 등과 같은 새로운 용어로 대치됐었다. 「나가자」는 그 이후 새로이 새겨난 것인 듯 하다. 「나가자」의 의미는 새 밀레니엄의 새로운 도전의 세계로 함께 나가자는 벤처정신을 담고 있다는 것이 그들의 해석이었다. 어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로 인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비굴한 삶을 사느니 과감히 회사를 떠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해석을 내리기도 한다. 의미야 어떻든 천년이 교차되는 우리나라의 세기말 세태를 반영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제 20세기도 다 저물었다. 하루만 지나면 새로운 천년이 시작된다. 지난 세기말이 그랬듯이 20세기말도 참으로 많은 변화와 혼돈이 있었다. 우리는 그 혼돈의 한가운데 있다. 혹자는 1900년대 후반에 벌어지고 있는 변화를 「제3의 산업혁명」이란 말로 대신하고 있다. 80년대 퍼스널 컴퓨터(PC)의 발명을 시작으로 92년 월드와이드웹(WWW), 93년 초기 웹브라우저인 모자이크(MOSAIC), ISDN으로 대표되는 초고속 접속기술, 이메일시스템, 전자상거래 등으로 이어지는 숨가쁜 변화는 가히 「혁명」이란 용어로도 표현이 부족할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일련의 사건을 계기로 세계는 급속한 인프라의 혁명을 맞고 있다. 요즈음은 자고 나면 새로운 기술이 생겨나고, 뒤이어 그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벤처기업이 생겨나고, 새로운 산업이 탄생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정부의 벤처기업 육성정책과 맞물리면서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벤처기업인들이 주식시장을 점령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증폭되고 있다. 코스닥 거품이 일거에 꺼지면서 새로운 형태의 불황이 엄습할지도 모른다는 의견이다. 이 모든 기대와 우려는 새천년을 계기로 조성되고 있는 커다란 소용돌이에 기인한다. 그러나 이같은 혼돈의 가운데서도 분명한 것이 한가지 있다. 디지털경제로 대변되는 새로운 밀레니엄에 우리 나라가 나아가야 할 길은 지식산업을 근간으로 한 글로벌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다. 풍부한 저임 노동력을 바탕으로 만든 값싼 임가공품이 지난 세기 우리의 무기였다면 21세기에는 정보를 기반으로한 지식상품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는 지식기반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하고 기업은 인재양성과 새로운 소프트웨어 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코스닥 열풍으로 생겨난 막대한 자금력을 이들 분야에 투자할 수 있어야만 밝은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 항구에 정박한 배는 안전한지만 넓은 바다를 보지 못한다. 비록 파도가 거세고 폭풍이 몰아쳐도 우리는 도전을 망설여서는 안된다. 새로운 밀레니엄 드림을 향해「나가자!」 .BHM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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