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현대그룹, 경영권 분쟁 재연?

현대엘리베이터 2대주주 '쉰들러' 지분 35%로 확대<br>"협력강화" 명분속 경영참여 제의안해 궁금<br>현대측 지분 절반 넘어 "단순 투자" 분석도



한동안 잠잠했던 현대그룹의 경영권 분쟁 우려가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현대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 주주인 '쉰들러 도이치랜드(Schindler Deutschland)'가 지분을 꾸준히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지주회사 격인 현대엘리베이터의 외국인 2대주주 지분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현대그룹 경영권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7일 가격제한폭인 14.55%까지 오른 11만1,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이날 급등세는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확산됐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 주주인 쉰들러는 이달 10~23일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1.87%(13만3,094주)를 장내에서 매수해 지분율이 35.27%로 높아졌다고 지난 24일 공시했다. 쉰들러는 5월 장내매수를 통해 지분율을 25.54%에서 25.82%까지 늘린 후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사들이고 있다. 쉰들러 측은 지분 확보의 목적으로 '협력 강화'를 내세우고 있다. 실제 현대엘리베이터의 최대주주 및 특별관계인의 지분율은 50.70%이기 때문에 당장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쉰들러는 공시를 통해 "한국의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시장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며 "현대엘리베이터와 제휴관계로 발전시켜나가기 위해 경영진과 긴밀하게 협의해 사업을 진행하고자 한다"는 의사를 일관되게 밝히고 있다. 그러나 당사자인 현대엘리베이터는 "쉰들러로부터 경영참여나 협력과 관련한 그 어떤 제의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혀 쉰들러의 지분확대 목적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한 관계자는 "쉰들러로부터 지분 확보 목적에 관해 공식적으로 들은 바가 없다"며 "어떤 목적을 갖고 지분을 지속적으로 사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증권업계에서는 쉰들러가 현대엘리베이터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적극 참여해 지분율 희석을 최소화하고 앞으로 주식을 지속적으로 사들여 경영참여에 도전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내년 3월 정기 이사회에서 경영 지분을 본격적으로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이 경우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고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나 경영권 안정 목적에 차입이 많았다는 점 때문에 현대그룹 경영권에 중장기적인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대그룹은 계열사 경영부실을 이유로 5월 외환은행 등 채권단에 의해 재무구조 개선약정 체결을 요구 받기도 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최근 580억원 규모의 현대상선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도 했다. 현대상선은 증자대금 가운데 내년 1~4월에 지급해야 하는 선박 리스료 등에 3,200억원가량을 쓸 계획이다. 현대엘리베이터도 내년 5월까지 사채와 대출금 등 500억원을 상환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쉰들러의 지분 매수를 경영권분쟁으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쉰들러가 단순히 국내 시장에서 영업력을 강화하기 위해 업계 1위인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늘려 공정한 경쟁을 위한 압박을 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의 연구원은 "최대주주의 지분이 50%가 넘는 상황에서 지분을 늘린다는 것만으로 경영권 분쟁을 예상하는 것은 너무 앞서 나가는 것"이라며 "단순 투자 또는 경영 압박을 통해 이익을 취하자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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