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한국, 수출중심 경제시스템 벗어나 내수 육성책 세워야"

[서울포럼 2010 첫째날] <br>금융위기 이후의 세계·동아시아 SESSION 1- 라구람 라잔시카고대 교수<br>글로벌 긴축모드 돌입땐 수출형 경제 타격 불가피<br>한국 은행세 도입은 반대… 점진적 출구전략 수립을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교수가 7일 서울경제신문이 주최한 서울포럼에 참석해‘G20은 제2의 금융위기를 막을 수 있을 것인가’ 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한국은 수출중심의 경제 시스템에서 벗어나 내수시장을 육성하는 정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향후 글로벌 경제가 긴축모드에 들어가게 되면 수출주도형 경제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교수는 7일 서울경제신문이 주최한 서울포럼에 참석해 'G20은 제2의 금융위기를 막을 수 있을 것인가'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또 서울경제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글로벌 경제가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향후 성장방안을 제시했다. 라잔 교수는 "현재 세계경제는 금융위기에 대단히 취약한 상태에 놓여 있다"며 "글로벌 경제가 협력체계를 구축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제2의 금융위기가 다시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은행세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라잔 교수는 "미국ㆍ유럽 등 선진국이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은행세를 신흥국가에 일률적으로 적용할 필요는 없다"며 "한국은 한국 경제실정에 맞는 은행ㆍ금융규제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라잔 교수의 기조연설. 나의 강연주제는 'G20은 제2의 금융위기를 막을 수 있을 것인가'인데 나의 대답은 '막을 수 없다'이다. 글로벌 경제는 위기에 매우 취약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이번 위기의 진원지는 탐욕스런 은행과 금융기관이다. 은행가들은 부인하고 있지만 도덕적 해이에 빠져 신용위험을 부풀렸다. 미국에서 발생한 위기가 전세계적으로 퍼져나갔다. 국부가 많은 국가에서 위기가 발생했는데 신흥국가들의 피해가 더욱 크다. 은행은 잘못된 행동을 했고 이에 대해 앞으로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미국은 의회 청문회를 열어 제재조치를 취하려고 한다. 앞으로 규제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또 제대로 집행될 수 있도록 실행력을 높여야 한다. 미국 경제는 크게 두 가지 약점을 가지고 있다. 먼저 소득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자동차부품 근로자들은 임금인상에 나서지 못하고 있지만 대학 졸업자들은 지난 25년간 소득인상을 누리고 있다. 미국 경제는 신용확대가 정도를 넘어서고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신용정책을 완화하면서 주택과 부동산시장에 거품이 끼게 됐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앞으로 글로벌 경제는 수출주도의 성장을 수정해야 할 것이다. 한국은 수출중심으로 경제성장을 일궈낸 일본을 모델로 삼았고 결국 성공했다. 하지만 수출경제는 한계상황에 직면했다. 새로운 성장모델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장기화에 대비해 내수소비를 진작시킬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미국이 소비를 줄이면 대미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이 타격을 받을 것이다. 글로벌 경제가 직면한 또 다른 문제는 공공부채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주요20개국(G20) 등 선진국들은 긴축정책으로 돌아섰고 앞으로 재정지출을 줄여나가게 된다. 글로벌 은행들은 부실자산을 스스로 알아서 정리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신용위기가 지속될 때는 제2의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신용 시스템을 개혁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美-소비·中-수출 확대 구조 지속되면 "글로벌 경제 더블딥 빠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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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잔 교수 인터뷰

-글로벌 경제가 더블딥에 빠져들 가능성이 있는가. ▦지금처럼 미국이 국내 소비를 확대하고 중국 등 다른 국가들이 수출을 늘리는 구조를 유지한다면 과거의 위기는 되풀이될 것이며 이는 더블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이 달러를 찍어내 중국ㆍ일본 등 다른 국가들의 상품을 소비하는 구조는 악순환을 초래할 뿐이다. -주요20개국(G20) 회의에서 은행세 도입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전개됐다. 한국도 은행세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보나. ▦개인적으로 한국이 은행세를 도입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일정 수준의 은행규제는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미국과 유럽에서 논의되고 있는 은행세를 한국 경제에 그대로 수용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한국과 같은 신흥국가에는 은행 및 금융산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 미국과 유럽이 내놓는 조치를 그대로 따라갈 필요는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수출주도형의 한국 경제가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해외 수출의존도를 줄여야 한다. 미국ㆍ유럽이 긴축정책으로 전환하면 외국상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이는 한국 경제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서비스ㆍ은행ㆍ부동산ㆍ건설 등 내수소비를 진작시켜 공급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한국도 출구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점진적인 긴축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도 그동안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시장친화적인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수립, 집행했다. 금융시장에 유동성이 많이 풀린 상태다. 금리인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다만 경제성장률 등 거시지표를 감안해 금리인상에 나서야 할 것이다.


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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