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대국 美·日서 발원 파장 더 심각

■ 위기의 세계증시<상>뉴욕 증시와 도쿄 증시의 폭락이 상호작용을 하면서 전세계 증시에 폭락 도미노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 세계 경제의 성장엔진인 미국 경제가 지난 2년동안 기력을 상실하면서 90년대 장기호황이 형성한 뉴욕증시의 자산거품이 급속하게 꺼지고 있다. 일본은 수차례 단행한 금융개혁의 결과를 얻지 못한 채 10년째 바닥으로 가라앉고 미ㆍ일 증시 폭락의 이중파고는 한국을 비롯 유럽, 이머징 마켓의 잠재적 내부 문제를 뒤흔들면서 세계자본시장 전체를 연일 강타하고 있는 상황이다. 뉴욕 증시의 주요지수는 연일 기록을 갈아치우며 5~6년전 수준으로 돌아가고, 일본 주가지수는 20년전 수위를 거슬러 내려가고 있다. 이런 와중에 미국의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 공격을 기정사실화하고 여론과 지지층 확보에 여념이 없고, 전쟁 발발에 대한 우려는 유가 폭등을 유발, 세계경제와 증권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세계 경제 위기 증폭 지난 97년의 아시아 위기, 98년의 러시아 국가 파산이 국지적 금융위기로 지나갔지만, 지금의 위기는 세계 1,2위 경제 대국에서 발원한 것인만큼 세계경제에 주는 파장과 진폭이 클 수밖에 없다. 80년대말엔 미국 금융시장의 불안을 일본이 받쳐주고, 90년대엔 일본의 금융시장의 동요를 미국이 지탱하면서 세계 경제가 안정을 찾았다. 하지만 글로벌 단일 시장이 완성된 21세기 첫 세계불황에선 뉴욕 증시 폭락이 일본과 유럽 증시를 흔들고, 도쿄 증시 폭락이 다시 뉴욕 증시를 동요케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각국의 증시 동시 폭락은 세계적인 디플레이션을 유발시킬 우려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일본은 부동산과 증시 붕괴로 이미 몇 년째 디플레이션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미국도 뉴욕 증시 폭락이 가속화할 경우 자산가치 하락에 따른 디플레이션이 우려되고 있다. 디플레이션은 기업 수익을 감소시키고, 소비 위축을 초래하므로 경기 하강의 원인이 되고, 세계 경제를 또다른 침체(더블딥)로 빠트릴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것. 세계 증시 동시폭락은 자본의 국제이동을 저해하고, 선진국의 해외직접투자(FDI)를 위축시키고 있다. 자국 증시가 하락하면서 미국 뮤추얼펀드들은 해외투자 자금을 회수하고, 일본도 미국에 투자한 자금을 본국으로 송금시키는 바람에 국경을 넘나드는 투자자금이 급감하고 있다. ◇곰 우리에 갇힌 뉴욕증시 뉴욕 증시의 블루칩 지수인 S&P 500 지수는 9일 현재 2000년초 정점대비 49% 하락, 73~74년의 베어마켓(bear market) 때의 하락 폭(48%)을 넘어섰다. 나스닥 지수는 최고점의 5분의1 수준으로 떨어져 지난 2년 반 동안의 뉴욕 증시 약세장은 1930년대 대공황 이래 가장 큰 규모다. 뉴욕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은 주가가 기술적으로 저점에 이르렀다고 주장하지만, 시장의 움직임은 추가 하락을 예고하고 있다. 3ㆍ4분기 어닝시즌(earning season)을 앞두고 투자분석기관들은 그동안 낙관적으로 보았던 기업 수익 전망치를 현실에 맞게 조정하면서 경쟁적으로 투자등급을 하향조정하고 있다. 9일에는 무디스가 JP 모건- 체이스의 신용등급을 두단계 내리고, 모건스탠리가 제너럴 일렉트릭(GE)의 투자등급을, 리먼브러더스가 제너럴모터스(GM)의 등급을 각각 하향조정했다. 월가 투자자들 사이에는 "앞장서서 사면 손해를 본다. 더 이상 떨어지기 전에 팔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일부 대형 투자기관들이 다우존스 지수가 6,000 포인트대에 진입할 경우에 대비하고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바튼 빅스는 "다우존스 지수 7,600 포인트가 적정가"라며 현재의 주가가 심리적인 불안감에 의해 저평가돼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채(TB)와 블루칩(S&P 500)의 수익률이 역전되는 상황에서도 투자자들의 패닉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조짐이다. 뉴욕=김인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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