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KT&G 경영권위협 주도, 아이칸이냐 스틸파트너스냐

'칼 아이칸은 얼굴 마담(?)' 2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KT&G[033780]에 대한 경영권 위협은 알려진 것과 달리칼 아이칸이 아니라 스틸파트너스가 주도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있다. 지난 23일 KT&G에 도착한 회사 인수 제안 서신을 보낸 이는 스틸파트너스의 대표자인 워렌 리크텐스타인(Warren Lichtenstein). 리크텐스타인은 서신에서 "최근 곽영균 KT&G 사장측이 취한 일련의 행동들은 주주들의 요구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난하고 회사 인수를 제안했다. 이에 앞서 지난 7일 리크텐스타인의 KT&G 방문과 15일 이사회 주총 안건 결정에따른 비난 서신 발송, 20일 주주 명부 요청 등도 스틸파트너스 명의로 진행됐다. ◇리크텐스타인의 스틸파트너스, 조연인가 주연인가 KT&G에 대한 경영권 논란이 불거진 지난 1월 이후 아이칸파트너스가 주도적으로 움직임을 나타낸 적은 지난 3일 5% 룰에 따른 경영참가목적 공시 때 뿐이다. 그러나 이 공시에서도 보유목적을 살펴보면 주체가 사실상 스틸파트너스임을 알수 있다. 공시에는 "스틸파트너스는 아이칸파트너스LP와 아이칸파트너스 마스터펀드LP,하이리버 파트너십(이하 총칭해 아이칸)에게 KT&G 주총에서 스틸파트너스가 지명하는 이사 후보에 대한 협조와 집중투표제 지지를 요청했다"며 "스틸파트너스와 아이칸은 이 중 주총에서 스틸파트너스 이사 후보에게 의결권을 행사키로 하는 내용의계약을 체결했다"고 나와있다. 칼 아이칸이 스틸파트너스에 KT&G 공략을 요청한 것이 아니라 스틸파트너스가아이칸에 KT&G 문제와 관련해 협조를 요청했고, 아이칸이 이를 수락할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한 법률전문가는 "5% 룰 관련 보고자가 아이칸파트너스로 명시된 것은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한 쪽이 공시를 하게 돼 있는 규정 때문"이라며 "공시 내용을 잘 살펴보면 스틸파트너스의 요구에 아이칸이 동의한 것으로 나와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칼 아이칸이 KT&G 경영권을 요구하고 스틸파트너스는 보조 역할에머무르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금까지 상황을 볼 때 스틸파트너스가 적극적인 행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아이칸이 기존 국내 법률대리인(이경훈 법무법인 청안 변호사)을 두고 있음에도스틸파트너스가 법무법인 대륙과 에버그린을 자신들의 법률대리인으로 지정한 사실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또 KT&G 문제와 관련된 대외 홍보창구를 담당하는 미국 시트릭(Sitrick. A Co rp)사 역시 스틸파트너스가 고용했다. KT&G 주식을 최초 매입한 시점도 아이칸파트너스는 작년 9월28일이지만, 스틸파트너스는 이보다 앞선 작년 6월부터 KT&G 주식을 취득했다. 적대적 인수.합병(M&A)의 해외 사례에 밝은 한 전문가는 "네임밸류 때문에 칼아이칸을 얼굴마담으로 삼은 뒤 스틸파트너스가 사실상 KT&G 문제를 주도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스틸파트너스 어떤 회사인가 칼 아이칸과 달리 리크텐스타인의 스틸파트너스는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스틸파트너스(Steel Partners II, L.P.)는 1993년 설립된 헤지펀드로 미국 뉴욕에 본사가 있고 자산은 총 17억달러 규모다. 총자산의 60% 이상을 일본시장에 투자하고 있고 2002년에는 스틸파트너스 재팬스트레티지펀드라는 자회사를 설립하는 등 일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현재도 엘리베이터 제조사인 산세이유수키(Sansei Yusuki) 지분 20.75%를 비롯,페인트제조사 니혼토쿠슈(Nihon Tokushu) 13.05%, 주류제조사 삿포로홀딩스(SapporoHoldings) 17.59%, 기계제조사 텐류(Tenryu Saw Manufacture) 6.39% 등 다양한 일본기업들의 지분을 취득,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칸과 리크텐스타인, 그 미묘한 차이 칼 아이칸의 아이칸파트너스와 리크텐스타인의 스틸파트너스 모두 특정 기업에대한 지분을 획득, 처분하는 과정에서 고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다. 따라서 누가 KT&G 문제를 주도하든 지 경영권 위협을 통한 수익추구라는 큰 틀은 바뀌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아이칸파트너스와 스틸파트너스는 수익추구 과정에서 미묘한 차이를 보여 누가 주도적으로 행동하느냐에 따라 최종 목표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칼 아이칸은 '행동주의적 투자'로 부를 만큼 지분 매입을 통해 적극적인 주주권리를 행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자사주 매입이나 자산 매각, 기업 피인수 유도등 지분 매입 때 내세운 소기의 목적을 끝까지 달성하는 경향이 있다. 아이칸은 작년 2월 미국의 정유가스업체인 커-맥기사 지분 7.7%를 매입한 뒤 자사주 매입, 화학제조업 부문 매각, 주주이익 환원을 요구해서 4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과 북해지역 자산 매각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또 같은 시기에 미국 비디오 대여업체 블록버스터 지분 9.2%를 매입한 뒤에도위임장 대결을 통해 결국 3개 이사직을 확보했다. 반면 리크텐스타인의 스틸파트너스는 해당기업들이 무리하게 배당금을 올릴 때까지 공격적으로 보유지분을 늘리거나 마치 M&A를 할 것처럼 공개매수 선언을 한 뒤차익을 올리는 방식을 주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틸파트너스의 표적이 된 일본 섬유화학업체 소투주식회사는 2003년 촉발된 M&A 공방에서 스틸파트너스와 수차례 공개매수 경쟁을 벌이다 결국 전년 대비 15배 높은 주당 200엔의 배당금을 책정했다. 그 과정에서 주가는 공개매수 발표 시점보다두 배 이상 올랐다. 엄청난 배당금과 주가 차익을 챙긴 스틸파트너스는 2004년 3월 보유지분을 5.1%로 줄인데 이어 현재는 보유지분이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스틸파트너스가 2003년 12월19일 공개매수를 발표했던 일본 제조업체인 유시로화학(Yushiro Chemical) 사례도 비슷한 흐름을 보인 바 있다. 따라서 아이칸이 KT&G 경영권 분쟁을 주도할 경우 실제 M&A가 진행되거나 경영에 참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측된다. 반면 스틸파트너스가 주도 세력일 경우에는 공개 매수를 배당금을 높이거나 주가를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M&A전문가는 "아이칸은 최근 들어 다소 성향이 바뀌었지만 예전부터 이사진을 확보하는 등 직접 경영권에 간섭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반면 스틸파트너스는 사례가 많이 없어 정확히 말하긴 힘들지만 직접 경영 참여보다는 차익을노릴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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