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기자의눈] 기쁠 수 만 없는 '원자력의 날'

정확히 1년 전인 지난 2009년 12월27일. 우리 원전 30년 역사에 가장 큰 낭보가 날아들었다. 400억달러 규모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을 수주, 원자력이 처음 수출대열에 들어선 것이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어제 정부는 '원자력의 날'을 처음 제정해 원자력 산업 유공자에 대대적인 포상을 단행했다. 매년 원자력 안전의 날이 진행됐으나 앞으로는 수출을 포함한 산업 진흥에 보다 방점을 찍겠다는 의지였다. 하지만 행사 참석자들은 마냥 기뻐할 수만도 없었다. UAE에 이어 연속 홈런을 치려던 터키 원전 사업이 일본의 견제로 물 건너갈 위기에 놓인 탓이다. 터키는 지난주 일본과 원자력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지난 1년 국내 원자력 산업은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필요하지만 껄끄러운' 혐오시설로 인식됐던 원자력이 수출 역군으로 탈바꿈했다. 특히 지난해 UAE 수출 이후 국민들의 원전에 대한 인식이 빠르게 긍정적으로 변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원자력문화재단 조사에 따르면 UAE 원전 수출 이전인 지난해 11월에는 '원전을 증설해야 한다'는 의견이 55%에 그쳤지만 올 7월에는 64%를 넘었다. 이는 정부가 추진 중인 원자력 발전소 후보 부지 작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후보지 신청을 하고 있는 모습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보기 힘들던 광경이다. 이처럼 원전 수출은 외화를 벌어들이는 수출 효과뿐 아니라 원자력에 대한 국민적 의식을 바꾸는데 큰 역할을 했다. 정부로서는 원전의 부정적 이미지를 바꿔 원전 건설 때마다 지불해야 하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됐다. 정부는 오는 2024년까지 14기의 원전을 새로 지을 계획이다. 하지만 UAE 이후 승승장구할 줄만 알았던 원전 수출 전선이 난기류를 맞았다. 일본을 비롯한 선진 경쟁국들이 강한 기술력과 자금조달 능력들을 앞세워 강한 견제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원전 수출 새내기인 우리로서는 UAE의 여세를 몰아 원전 강국으로서의 글로벌 이미지를 굳혀야 하는 마당에 부담스럽기만 하다. UAE에 이어 원전 수출의 후속 타가 나오지 못한다면 국민들의 고조됐던 인식도 다시 수그러들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이날 포상을 받은 207명의 유공자들이 품에 안은 것은 영광의 징표라기 보다는 돌덩이 같은 사명감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hanu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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