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한국을 이끄는 50인의 경영인] 구학서 신세계 부회장

PL상품으로 가격파괴 혁명 주도<p>제조社와 브랜드 공동개발… "제품가격 10~20% 낮출것"


2007년 10월18일 PL(자체 브랜드) 상품을 첨병으로한 이마트의 가격혁명은 유통업계에 ‘빅뱅’을 일으켰다. 동일 품질의 상품을 제조업체 브랜드(NB)보다 최대 47%까지 가격을 낮춘 이마트 PL상품은 경쟁 유통업체는 물론 제조업체에까지 충격을 주며 유통업 주도의 ‘가격혁명’에 시발점이 됐다. 유통업체와 제조업체들은 이마트의 PL상품으로 발칵 뒤집어졌지만 이마트는 4개월후 이번엔 아예 제조업체와 손잡고 제조업체 브랜드 제품의 공동 개발에 나섰다. 영업비밀로 감춰졌던 원가정보, 고객정보 등을 제조업체와 100% 공유하고 최적의 비용 구조를 산출해 제조업체 브랜드의 가격도 10~20% 낮춘다는 계획이다. 신세계가 지난해부터 계속된 가격혁명을 통해 유통업계의 패러다임을 바꾸면서 신세계를 유통업계 변화의 구심점으로 만들었던 구학서 부회장의 역량이 다시한번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구 부회장은 “PL은 유통업체 글로벌 경쟁력의 원천”이라며 느슨해져 있던 업계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신세계의 PL전략은 ‘선택과 집중’이라는 구 부회장의 유통업 성공비결을 다시 한번 강조한 전략이라 할수 있다. 구 부회장은 ‘유통실무 경험이 전혀 없지만 유통업에 가장 잘 어울리는 CEO’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도 그럴 것이 신세계에 입사하기 전까지는 유통업에 근무해본 적이 없는 구 부회장이 불과 10년도 안돼 한국 유통업의 대표 CEO에 올랐기 때문이다. 구 부회장은 지난 99년 신세계 사령탑에 앉으면서 ‘비효율’과 ‘비혁신’이란 과거를 버리기 위해 과감한 구조조정과 함께 집중 전략을 취했다.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던 종금사 등 비유통 기업들을 정리하고 카드사업부를 한미은행에 매각했다. 그래픽, 디스플레이 관련 부서를 종업원 회사 형태로 분사시키는 대신 신세계의 핵심 경쟁력인 유통업 본업을 강화했다. 또 국내 할인점 시장의 시험 무대였던 ‘프라이스 클럽’을 매각한 자금으로 이마트 신규 부지를 선점, 이마트의 다점포 확장에 밑거름을 만들었다. 특히 지난 2006년에는 월마트코리아를 인수, 국내 최초로 대형마트 100호점 시대를 여는 등 신세계가 할인점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구축할 수 있도록 했다. 구 부회장은 지난 10년이 내실을 다진 시기였다면 앞으로 10년은 이마트가 국내 유통업체의 선두주자로 성장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마트의 가격혁명 전략은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등 다른 대형마트는 물론 백화점에까지 확대되면서 가격거품을 제거하려는 기업들의 노력에 단초로 작용했다. 물론 시장의 지배력이 제조업체에서 유통업체로 급속하게 넘어가면서 중소 제조업체들의 독자적인 상품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하청업체로 전락시켰다는 부정적인 측면도 지적됐지만 자금력이나 유통망이 취약한 중소기업의 판로를 확대하는 도우미 역할을 했다는 긍적적인 평가도 받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는 중국 시장을 글로벌 시장 진출의 발판으로 삼고 있다. 97년 상하이 취양점을 시작으로 사업 무대를 중국으로 확대한 이마트는 상하이, 텐진을 중심으로 10개 매장을 운영, 포화상태에 빠진 국내 시장의 성장 동력을 중국에서 찾고 있다. 구 부회장은 “앞으로 2012년까지 매년 10개 이상의 신규 점포를 출점해 중국 할인점 시장내 3위권에 진입한다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지난해 신세계는 외형과 내실 모두 유통업계 1위에 올라섰다. 2007년 신세계 총매출액은 10조1028억원으로 롯데쇼핑 총매출 10조851억원을 앞섰다. 영업이익도 7,658억원을 달성해 7,567억원의 롯데쇼핑을 제쳤다. 지난 2006년 총매출은 롯데쇼핑보다 앞섰지만 영업이익은 롯데쇼핑에 뒤지며 반쪽자리 1등에 그쳤다면 2007년은 명실상부한 유통업계 1위 기업이 된 것이다. 구 부회장은 “이마트 부문에서는 PL상품과 패션 등 상품의 다양화ㆍ고급화 작업을, 백화점 부문에서는 편집매장 확대를 통한 상품 차별화와 서비스의 개선을 혁신적으로 추진해 글로벌 유통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 "협력업체와 함께한 식사·차 값 먼저 내라"
'신세계 페이' 윤리경영 강조

"자기 몫은 자기가 지불하는 습관을 통해 온정주의에 강한 한국적 문화를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투명하고 합리적인 문화로 바꿔야 한다" 99년 신세계 대표이사에 취임한 구학서 부회장이 내놓은 첫 정책은 '신세계 페이'. 협력업체 등과 식사나 차를 마신 후 신세계 직원이 영업비로 대금을 계산하는 것이다. 중소 협력업체들과 접촉이 많은 업종 특성상 기업윤리에 한치의 어긋남도 없어야 한다는 구 부회장의 강력한 의지이기도 하다. 구 부회장의 경영철학은 윤리경영이 최대 핵심이다. 구 부회장은 대표이사 취임과 함께 인화(人和)라는 말에 묻히기 쉬운 비윤리적인 경영사례를 하나씩 뜯어 고쳐 나갔다. "인화가 좋은 말이긴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옳고 그름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게 하는 부작용도 크다"는게 구 보회장의 지론이다. 구 부회장은 기회 있을 때마다 임직원들에게 "신입사원들이 부정을 저질렀다면 모든 책임은 회사에 있다. 장기간에 걸쳐 비리를 순간순간 잡아낼 수 있는 시스템이 있었다면 그 사원은 부정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구 부회장의 윤리경영의 근간에는 자신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군군신신 부부자자'(君君臣臣 父父子子,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며, 아버지는 아버지다워야 하고 아들은 아들다워야 한다)라는 '논어'의 안연 편을 자주 인용하는 구 부회장은 사원일 때는 우수사원이 되려고 노력하고 과장일 때는 다른 과장보다 더 잘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개인은 물론 회사가 성공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 구학서 부회장은

지난 4월28일 중국 상하이에서 들려온 뉴스는 구학서 부회장의 소신을 명확하게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구 부회장은 기자들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삼성의 강점 가운데 절반 이상은 오너를 백업(지원)하는 비서실에 있었다"면서 "비서실은 회장의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지원을 하는 곳이지 오너의 독단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삼성그룹 비서실 출신인 구 부회장의 말은 삼성 전략기획실을 위한 변명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구 부회장이 평소 생각하고 있는 오너와 전문경영인의 관계 설정이 어떤 것인지 미루어 짐작하게 해준다. 구 부회장은 과거 삼성그룹의 엘리트 코스를 그대로 밟았다. 삼성전자 경리과로 입사한 구 부회장은 비서실 관리팀 과장, 제일모직 경리과장, 삼성전자 관리담당 이사를 거치며 관리통으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1996년 신세계로 자리를 옮긴 구 부회장은 효율 중시 경영을 강조했다. 투입되는 비용보다 창출되는 가치가 반드시 커야만 한다는 것이다. 구 부회장은 "효율이 떨어지는 투자나 비용의 집행은 철저히 재검토해야 하며 투자는 유통업의 본질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 경영원칙

▦ 유통업 본질에 충실한 경영 ▦ 투자 효율성 극대화 ▦ 윤리경영의 정착 ▦ 글로벌 시장 진출 ▦ 상품 차별화와 서비스 혁신 ◇약력 ▦1946년 경북 상주 출생 ▦1970년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1972년 삼성전자 입사 ▦1988년 삼성전자 관리담당 이사 ▦1999년 ㈜신세계 대표이사 ▦2006년 ㈜신세계 대표이사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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