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긴급자금 지원 대가로 요구 가능성/진로 “포기땐 경영 구심점 잃어… 재고돼야”장진호 진로그룹회장의 경영권 포기여부가 진로그룹 회생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면서 그 향방이 재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상업은행 등 채권금융기관들이 진로의 6개주력사에 대해 채권행사 유예와 함께 긴급자금을 지원하는 대신 장회장의 경영권포기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채권 금융기관들은 오는 28일 대표자회의에서 ▲경영권포기각서 제출 ▲장회장 일가의 보유주식 담보제공 ▲장회장 개인재산에 대한 추가담보설정 등을 지원전제조건으로 제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진로측이 채권단들의 이같은 전제조건을 거부할 경우 곧바로 긴급자금 지원중단, 제3자인수나 부도·법정관리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진로측은 이에대해 『아직까지 채권금융기관들의 경영권포기 요구가 전달된 적이 없어 뭐라고 할 말이 없다』는 입장이다. 대신 28일 채권금융기관 대표자회의에 대리인을 참석시켜 회의 분위기와 결정사항을 지켜본뒤 최종 방침을 정하기로 했다. 아직 어떤 조건도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리 의견을 제시할 경우 금융권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진로의 한 관계자는 이와관련, 『채권금융단의 경영권포기 요구는 경영의 구심점을 잃게하는 계기로 작용해 그룹회생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며 『이같은 상황을 알고 있는 채권금융기관에서 경영권포기를 지원조건으로 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진로 관계자들은 또 『은행측의 지원이 기업을 정상화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경영권 포기요구는 적절치 않다』며 『추가담보제공은 검토해 볼 수 있지만 경영권포기 각서를 쓰라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진로의 이같은 입장은 『우리나라와 같은 경영풍토에서는 주인있는 기업이 필요하다』는 재계의 시각을 그대로 담고 있는 것이다. 재계는 그동안 소유와 경영의 분리에 대해 『주인없는 기업이 자생력을 갖추기 어려운게 우리 실정이다』는 견해를 견지해 왔고, 실제로 국내에서 이런 유형의 기업은 별로 없다.
이와함께 진로는 매각 부동산을 놓고 주요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상황도 고려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즉 부동산 매각은 경영정상화에 대한 전제인 동시에 장회장 및 진로측의 강력한 회생의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이것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경영권 포기요구는 재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렇지만 이번 금융권의 지원결정은 진로를 겨냥한 측면이 강해 특혜시비가 일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장회장에 대한 경영권 포기요구가 취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또 진로의 주력 6개사에 대한 지원결정과 경영권포기 요구는 「기업은 살리되 기업을 부실하게 만든 경영주에겐 책임을 묻겠다」는 채권금융기관과 정부의 의지, 여론을 반영하는 것이란 시각도 강한게 사실이다.
이에따라 진로는 경영권포기 요구 등 모든 상황 변수를 놓고 대응책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금융기관들의 진위를 정확히 파악, 경영권포기라는 최악의 상황을 막아내면서 타협점을 찾아내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이용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