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노·사 함께 변할때다/조영호 거평유통사장(특별기고)

최근 세상돌아가는 것을 보면 현기증마저 난다.변화의 양상은 그 폭에서 전면적이고 깊이에서 세기적이며 속도에서는 자못 어지럽기까지 하다. 기업환경도 마찬가지다. 얼마전까지 산업화다, 정보화다, 국제경쟁력 강화다 해서 정부가 국내기업을 정책적으로 지원내지 보호하는게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선진자본의 거센 파도 앞에 국가의 보호장벽이 무너지면서 그 순기능은 무력화됐고 역기능은 표면화되었다. 더이상 국경이라는 방파제는 없어졌고 지구화된 경쟁무대에 막상 자력으로 나서야 할 주체는 열병을 앓고 있다. 자고 나면 무너지는 중소기업들, 난무하는 각종 설에 시달리다 더 이상 의지할 곳 없이 손을 들고마는 중견기업과 재벌기업들, 감량경영으로 회사를 떠나는 수 많은 직장인들. 이 모습은 「좋은 시절」이 끝났다는 경종이다. 여기서 많은 기업과 직장인들이 위기의식을 갖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의 장래는 더 이상 직장의 운명과 떼어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그동안 자신과 직장은 별개라는 사고와 태도가 통하던 시절이 있었다. 언제든 다른 직장으로 옮길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가까운 장래에 그런 호시절이 다시 돌아오리라고 장담하는 사람은 없다. 「위기는 기회」라고 한다. 직장인들이 위기에 처해 있고 기업들은 위기에 처해 있다. 바로 이런 막다른 상황이야말로 우리 기업과 직장인들에게 정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지금은 기업인과 종업원들이 운명공동체임을 확인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기업을 소유하거나 경영하는 사람이라면 예외없이 종업원들을 향해 항상 하고 싶어하는 말이 있다. 『주인의식을 가져라』는 말이다. 경영자의 입장에서 모든 종업원들이 회사일을 자기처럼, 회사 재산을 자기재산처럼, 나아가 회사를 자기 것으로 생각해 주기만 하면 회사는 저절로 잘 굴러간다고 본다. 특히 회사가 어려울수록 기업인의 이런 심정은 더욱 간절해진다. 종업원들은 경영자들의 이런 입장에 대해 이렇게 응수한다. 『회사가 잘돼서 내가 득볼게 뭐냐.』 『그러는 당신은 얼마나 진정으로 회사를 생각하느냐.』 「오너산업」이라는 조금은 생소한 용어가 있다. 오너가 직접 경영해야지 월급쟁이한테 경영을 맡겨서는 승산이 없는 그런 업종이 따로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모든 업종, 모든 기업이 오너산업이 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종업원이 월급쟁이 근성을 버리고 치열한 오너근성, 주인의식과 경영의식을 갖지 않으면 월급쟁이 노릇마저 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주인이 될 것이냐 죽을 것이냐의 절박한 상황에서 선택을 해야한다. 환경에 적응하면 살아남고 적응하지 못하면 멸망한다. 기업의 현재 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느냐는 바로 생존의 문제다. 체질화된 과거의 관행에서 탈피하지 못한 채 하늘이 무너져도 살아남을 구멍이 있다고 자위하는 순간 종말은 이미 코앞에 와 있다. 지구화된 경쟁무대, 이것이 바로 우리가 하루빨리 적응해야 할 달라진 환경이다. 기업환경이 달라진 만큼 과거의 모든 관행은 일단 종합진단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진단은 이제까지 익숙해져 온 과거의 눈, 또 그런 과거를 누려온 우리의 눈으로가 아니라 우리가 경쟁해 나가야할 세계인의 눈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의 기업, 기업인, 종업원들에게 남아있는 불합리하고 비능률적이고 낭비적인 요소들이 낱낱이 들추어지고 철저하게 혁파되어야 한다. 한마디로 경영혁신이다. 경영혁신이란 말이 쉽지 그리 쉬운게 아니다. 기업인이 혼자서 나서서 될 일이 못된다. 종업원들이 제살을 도려내고 뼈를 깎는 고통에 동참할 각오를 해 주지 않으면 경영혁신이란 처음부터 헛구호에 불과하다. 기업인(경영자)이 솔선해서 더 큰 고통을 마다하지 않기 전에야 종업원 가운데 어느 누가 진심으로 이런 고통에 동참하겠는가. 최근 상황은 말뿐이 아닌 진정한 경영혁신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기업인과 종업원이 다함께 공멸의 위기를 피부로 느끼고 있는 가운데 공생의 길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일대 경영혁신을 일으켜야할 시점이다. 그것이 성공할 수 있는 다시없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기회는 한번 놓치면 다시 오지 않는게 요즘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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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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