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먹을 것이 생기면 나이가 제일 어린 시종에게 주고 다음은 자신이 먹었다. 다른 시종은 이에야스가 먼저 먹지 않으면 먹으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중에는 어린 시종도 다른 시종을 따라 이에야스가 먹지 않으면 먹지 않아 결국 미리 셋으로 나눠 먹었다는 것이다.
세 어린아이를 살린 것은 결국 믿음이었다. 생존의 기로 속에서도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한줌의 식사를 나눌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 어린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마지막까지 지킨 것은 식량이 아니라 믿음이었던 셈이다.
아쉽게도 대한민국은 불신의 늪에 빠져있다. 한국의 신뢰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국 중 24위로 최하위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을 자랑하면서도 공공기관ㆍ금융시장ㆍ종교ㆍ언론ㆍ노조 등 사회기관에 대한 신뢰도는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사실 우리나라는 경주에 중ㆍ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부지가 마련되기까지 19년간 9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막대한 사회적 비용과 사회불안정의 대가를 치러야 했다. 그러나 지난날의 시행착오에서 우리는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 정책결정과 시행에 있어 국민들의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주 지식경제부와 경주시 간에 상호협력을 위한 협약식이 있었다. 경주 방폐장 부지유치 당시 약속했던 유치지역 지원사업의 원활한 이행을 재확인했다. 경주 시민들의 우려와 달리 방폐물관리공단과 더불어 경주로 이전하는 한수원 경주본사 개소식도 열렸다. 방폐장의 지상시설 운영이 시작되면 약속됐던 특별지원금 3000억원 가운데 나머지 1500억원도 경주시에 이체될 예정이다. 불신의 골을 극복하고 꾸준히 쌓아온 신뢰가 차곡차곡 열매를 맺어가고 있는 셈이다.
사람(人)의 말(言)이 서로 단단히 묶여(束) 위협(刀)이나 회유(貝)로도 끊을 수 없는 것.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신뢰(信賴)라고 하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