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불황을 체질개선의 기회로(사설)

장기적인 경기침체에 따른 불황의 여파가 너무나 심각하다. 우리나라 산업의 견인차역을 자임해온 자동차 산업에도 한파는 예외가 아니다. 자동차가 팔리지 않아 재고만 누적되고 있으니 메이커들은 조업단축에 들어갈 수밖에 없고 이는 연쇄적으로 협력업체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경영혁신이 성공의 비결 우리나라 기업들은 지금 생존이냐, 도산이냐 하는 엄청난 도전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우리가 현재 당면한 경제난은 어느날 갑자기 닥친 것이 아니다. 우리경제가 갖고 있는 문제점들은 벌써 오래전에 지적된 바 있으며 앞으로의 경영환경이 과거 우리가 발전할 수 있었던 환경과는 전혀 다르리라는 것도 예측됐다. 내실없이 성장만을 추구해온 우리경제의 사상누각식 발전형태, 정보나 지식에 기초한 새로운 산업으로의 진출은 뒤로 한 채 제조업 중심으로 산업구조를 유지해온 것 등이 지금의 불황을 더욱 견디기 힘들도록 만들어놓았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자세를 가다듬어 현재의 혼돈상황을 산업구조 조정의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세계 굴지의 경영 컨설팅 업체들이 공통적으로 내린 결론을 한번 살펴보자. 결론은 성공적인 기업들의 경영은 대개 비슷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실패하는 기업들의 경영도 그들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있다. 그러면 성공한 기업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첫째는 고객들에게 보다 큰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전과 동일한 형태의 제품을 만들더라도 고객이 제품을 사용하면서 느끼는 가치를 지속적으로 향상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자동차 산업을 예로 들면 자동차 제조에 드는 소재의 개발 및 계기판, 엔진 등에 정보기술을 적시에 접목시킴으로써 운전자가 차를 몰면서 느끼는 가치를 높이고 있다. 이는 현대의 경쟁력이 설비나 규모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식력, 정보력, 서비스력에 있다는 산 증거이다. ○감량보다 사내벤처 활용 둘째는 사내 벤처의 활성화다. 요즘 기업경영이 어려워지면서 기업들은 인원을 감축해나가는 추세다. 그러나 유능한 경영자는 인원을 줄이기보다는 오히려 그들에게 잠재돼 있는 능력을 이끌어내 한차원 높은 생산성을 거두고 있다. 이때 활용되는 것이 사내 벤처기업제도다. 기업은 그동안 조직의 틀에 묶여 품고 있던 아이디어를 제대로 발휘해보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자율적 창업분위기와 자금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들로 하여금 시장을 주도해나갈 수 있는 참신한 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소규모 벤처기업을 회사 내에 세워주는 것이다. 소니의 워크맨, 3M의 포스트잇, 전자레인지 등이 모두 이같은 노력에서 나온 제품들이다. 셋째는 잠재력을 바탕으로 한 기존 산업의 혁신이다. 미국의 경우 군수산업이 급격히 쇠퇴하자 큰 타격을 받게 된 록히드사는 핵심경쟁력과 기술에 숨어 있던 잠재적 능력의 새로운 가치를 끌어냄으로써 위기를 타개해가고 있다. 즉, 최신 미사일을 설계, 생산하면서 축적한 수십억 비트의 정보를 고도의 정밀한 능력을 갖춘 컴퓨터로 상용화해 성공을 거두고 있다. 보스턴에서는 주차요금을 내지 않는 차를,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육아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람들을 추적해내고 있다. 또 자동차가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주행속도로 지나쳐 가더라도 요금이 자동 납부되게끔 하는 스마트 하이웨이 시스템을 상용화했다. 손목시계를 스포티하고 기발한 패션 액세서리로 변환시킴으로써 스위스의 시계산업을 다시 활성화시킨 스와치사의 사례도 주목해볼 만하다. ○추진속도를 경쟁무기로 넷째는 속도와의 경쟁에서 이기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속도란 기업 내에서의 의사결정 속도, 추진 및 실행의 속도, 적재적소에서 수정과 변형을 즉시 할 수 있는 속도, 고객에게 제품이나 서비스를 전달하는 속도 등을 의미한다. 도요타(풍전)자동차의 적시생산 시스템은 속도의 경제에서 세계적인 표준이 되고 있으며 24시간 뉴스방송을 하는 CNN의 현장 방송 시스템, 제품의 자동폐기주의를 선택한 선 마이크로시스템스 등의 회사가 경쟁무기로 삼고 있는 것도 바로 속도다. 이밖에도 성공한 기업들이 갖고 있는 공통적인 특징은 남이 눈여겨보지 않는 분야를 발굴, 기회를 선점하는 능력, 기술혁신과 자기변신 능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점 등이다. 또 자기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 장기적인 수익성을 선택한 점, 보다 넓은 해외시장을 공략한 점 등도 무시할 수 없는 특징이다. 이번 기회에 우리 기업들도 성장 일변도의 체질에서 벗어나 성공한 기업들이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내실있고 경쟁력 있는 체질로 탈바꿈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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