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외환은행] 행장 선출 뒷얘기

외환은행의 17대 행장 선출과정은 말그대로 「반전의 연속」이었다. 행장추천위원회가 두번에 걸쳐 열리는가 하면, 유력후보가 하루에도 몇번씩 바뀌는 등 어느 누구도 속단을 하지 못한채 후보 선출 당일인 24일 행추위가 끝난 후에야 결과를 알 수 있었다. 특히 외국인대주주측이 끝까지 고집을 꺾지 않아 정부가 밀었던 후보가 밀리는 새로운 사례를 남겼다.홍세표(洪世杓) 현 은행장이 사퇴를 발표한 것은 지난 11일. 「용퇴」라는 표현을 썼지만, 사실상 「세대교체」라는 명분을 내세운 정부 당국의 압력에 의한 것이었다. 이후 6명의 경영자선정위원회(위원장 李康煥생보협회장)가 구성돼, 지난 18일 첫번째 모임을 가졌다. 선정위는 두차례의 모임에서 20여명의 후보를 일단 가려냈다. 이후 선정기준을 신화개혁성 신화한국은행 및 재정경제부 등 정부당국과의 업무협조 능력 신화코메르츠은행과의 관계 등 종합적 기준아래 선출작업을 벌여 지난주말 7명의 후보를 1차로 선별했다. 선정위는 특히 1차 선별과정에서 예순살 이상은 무조건 제외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다는 후문. 이에따라 이영우(李英雨)수출보험공사사장을 제외하고는 전부 60살 이하였다. 행장후보를 놓고 반전 드라마가 펼쳐진 것은 이때부터. 한 선정위원은 7명의 후보중 오호근(吳浩根)기업구조조정위원장과 심훈(沈勳)한국은행 부총재로 사실상 압축된 상태라고 단언했다. 내부 승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 특히 吳위원장에게 무게가 압도적으로 쏠리는 형국이었다. 외환은행 노조는 이때부터 금융감독위원회가 吳위원장을 밀고 있다며, 외부 관치인사에 대한 항의 표시로 노조위원장에 단식농성에 들어가기도. 금융노련 위원장이 이헌재(李憲宰)금융감독위원장에게 외부 관치인사에 대한 항의를 표시하기도 했다. 행장선출을 두고 첫번째 반전이 이루어진 것은 행추위가 열리기 전날인 지난 22일밤. 은행내에서는 이갑현(李甲鉉)후보가 낙점될 가능성이 90% 이상 된다는 루머가 나돌기 시작했다. 코메르츠측이 李후보를 강력하게 밀었기 때문. 李후보는 코메르츠의 외자유치협상에서 실무총책. 그러나 지난 23일 행추위가 격론끝에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정부측은 외환은행이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만큼 기존 경영진은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물러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강력하게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23일밤에는 심지어 吳위원장이 행장후보에서 사퇴했다는 근거없는 소문까지 나돌기도 했다. 이 와중에서 심훈 부총재가 「유력」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24일 다시 열린 행추위에서도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행추위는 1차 투표에서 재적의원(12명)의 3분의2 이상 나온 후보자가 없어, 결국 2차 투표끝에 8:1로 李상무를 후보로 최종 결정하는 「난산(難産)」의 과정을 거쳤다. 코메르츠측이 李상무를 계속 밀고 있는 데다 정부도 외자유치의 차원에서 이를 무시하기 어려웠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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