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부실기업엔 오히려 毒 '대수술'

■ 중기 신용보증 개선<br>사업성·담보부족 기업은 대출 더 어려워져<br>'시장에 의한 中企 구조조정' 활성화 전망

정부가 중소기업 신용보증제도 개선안을 검토하는 데는 이 제도가 중소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약’(藥)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이를 깎아먹는 ‘독’(毒)이 되고 있다는 인식에서다. 은행들이 보증기금의 보증서에 의존하다 보니 자체적인 대출심사 능력을 키우는 데 소홀했고 이것이 중소기업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렸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28년간 운영된 신용보증제도는 우수한 기업만이 살아남는 시장논리를 가로막고 부실기업을 연명시키는 효과만 낳았다는 지적이 수차례 제기돼왔다. 또 하나는 우리나라 신용보증제도가 ‘돈 먹는 하마’로 전락, 매년 수천억원 규모의 재정자금이 투입돼야만 굴러갈 수 있는 자생력 없는 제도와 기관이 돼버린 점도 정부 개선책의 배경이다. ◇보증비율, 세계 최고 수준=실제로 50조원에 육박하는 신보 및 기술신보의 보증잔액과 최대 10%대에 이르는 보증사고율은 국민부담을 크게 가중시켜왔다. 2001년 7,000억여원 수준이었던 신용보증기관의 정부출연금은 중소기업 보증이 늘어나면서 급증세를 보여 지난해에는 1조원을 돌파하기에 이르렀다. 외환위기 당시 17조원에 불과했던 보증잔액 역시 지난해 말 47조원을 넘겼다. 보증사고율이 높아지면서 빚을 갚지 못한 중소기업을 대신해 이들 기관이 갚은 돈만 최근 4년간 17조원에 이르고 있다. 특히 85%에 달하는 신보 및 기술신보의 부분보증비율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은행들의 보증서 담보대출의 경우 만약 대출받아간 기업이 못 갚으면 보증기관이 85%를 책임지고 은행은 15%만을 감당한다. 신용보증 의존도가 낮은 해외 선진국에서도 보증비율은 70%를 넘어서지 않는다. 이 같은 제도로 은행권의 대출심사 능력이 발전하지 못하면서 보증제도가 지원제도로 전락, 수익을 내지 못하는 중소기업들의 퇴출을 가로막고 정부 돈으로 ‘연명’시키는 현상을 낳기도 했다. 이른바 정책금융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다 보니 망해야 할 기업들이 정부 돈으로 살아남은 셈이다. ◇중소기업, 돈 빌리기 더욱 어려워진다=그러나 앞으로 정부 방침대로 보증수수료가 오르는 동시에 보증비율이 대거 축소되면 중소기업이 운영 및 시설자금을 빌리는 데 은행의 개별 심사비중이 크게 올라가게 된다. 지금은 15%만을 책임지면 됐지만 앞으로 30~40% 수준까지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업성이 부족하거나 담보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은 앞으로 돈을 빌리기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 허경욱 예산처 산업재정심의관은 “금융기관의 책임부담이 높아지는 만큼 선별노력을 기울여 한계선상에 이른 기업들의 대출이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향후 중소기업 신용평가회사(CB) 설립 등을 통해 은행권의 개별기업 신용정보 데이터베이스가 확충되면서 더욱 가시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혁신선도형기업ㆍ우수기술기업 등 정부가 정책적으로 키우고자 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과감한 정부 지원이 뒤따를 전망이다. 결국 중소기업대출에 대한 금융기관의 심사가 강화되면서 시장을 통한 중소기업 구조조정이 활성화될 전망이다. 정책금융 의존도를 낮추는 대신 시장논리에 따른 차별화된 대출을 통해 자생력을 갖지 못한 기업은 바로 퇴출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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