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리빙 앤 조이] 커서 '대게'가 아니라 대나무 닮아서 '대게'

■ 볼거리 먹을거리 많은 '울진'<br>다리모양 대나무 마디와 비슷<br>아기자기한 사동항 해돋이 유명<br>신라고찰 불영사 '숨겨진 보물'

울진대게 위판장

불영사

갖가지 조개로 맛을 낸 해물칼국수

500년된 금강송

경상북도 북동쪽 끝자락에 있는 울진은 경상도와 강원도의 경계에 놓인 지리적 특징 때문인지 역사적으로 파란만장한 변화를 겪어온 고장이다. 본래 신라 땅이었다가 고구려 장수왕 56년(458년) 고구려 영토로 예속됐다. 그런가 하면 조선시대 때부터 반세기 전까지만 해도 강원도였다가 경제 개발을 본격화하기 시작한 지난 63년 행정구역 개편으로 경상북도가 됐다. 행정구역이 바뀌었지만 경상도 지역에서 울진에 갔다오려면 하루가 족히 걸려 '강원남도'라는 자조 섞인 농도 심심치 않게 오갔다. 다행히 2004년 대구-포항간 고속도로가 뚫리면서 울진의 접근성이 좋아졌다. 울진(蔚珍)의 지명은 진귀한 보배가 많은 곳이라고 해 생긴 이름이라고 한다. 울진 사람들이 자랑하는 울진의 보배는 천연 동굴인 성류굴, 백암ㆍ덕구온천과 7개의 해수욕장, 불영사 계곡, 관동팔경인 월송정과 망양정, 500년생 금강소나무가 자리잡은 소광리 금강소나무 군락지, 외지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대게 등이 꼽힌다. ◇돌아온 대게의 계절= 대게는 산란기 이전인 겨울철부터 이듬해 3월 사이가 가장 맛이 좋다. 흔히 크기가 크다고 대(大)게로 불리는 줄 알지만 사실은 다리 모양이 대나무 마디처럼 이어져 있다고 해 '죽해(竹蟹)'라 부르던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대게는 지방 함량이 적고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하며 칼슘, 철분 등 무기질 함량이 높은 고단백 식품이다. 핵산 성분이 풍부해 노인과 어린이, 환자들에게 좋으며 껍데기에 많이 든 키틴은 체내 지방 축적을 방지하고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작용을 한다. 알코올 해독 작용도 뛰어나고 해열 작용도 한다고 전해진다. 음력 설 전후는 대게의 맛이 제대로 오르기 시작하는 시기라 요맘때 이른 아침마다 울진 죽변항과 후포항은 대게잡이 어선들이 실어온 싱싱한 대게로 항구 바닥은 발 디딜 틈이 없다. 배에서 내려진 수백마리의 대게를 크기별로 늘어놓은후 곧바로 대게 경매가 시작되는데 외지인들에겐 특별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울진에서는 오는 26~28일 사흘동안 '2010 국제울진대게축제'가 후포항 한마음광장 일원에서 열린다. 올해는 좋은 대게를 관광객들에게 충분히 제공하기 위해 축제 일정을 대게가 가장 많이 나는 시기로 맞춰 예년보다 한달 이상 앞당겼다. 축제 기간 동안 울진 대게와 붉은 대게 무료 시식, 울진대게 원조마을 방문(선박무료시승), 대게 잡이 및 선상 일출 참관, 울진 대게 관광객 대상 경매, 국제 대게 요리 시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그런데 울진대게와 영덕대게 중 어느 것이 원조일까? TV드라마 영향으로 울진보다 영덕이 유명하지만 숨겨진 사연을 알면 울진의 손을 들어줄 수 밖에 없다. 1930년대에 대게등 동해안의 해산물이 교통이 편리한 영덕으로 모였다가 다른 지방으로 팔려 나갔기 때문에 영덕 대게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전해진다. 울진이 국내 최대 대게 생산지라는 지역 주민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듯 울진에는 대게원조마을(평해읍 거일2리)이 있다. '거일'이라는 마을의 지형이 '게알'과 같이 생겼다고 해 붙여진 이름으로, '게알'에서 '기알', '거일'로 불리게 됐다고 한다. 원조마을에는 유래비와 함께 바다에서 육지로 오르는 형상의 대형 대게 조형물이 있어 관광객들의 사진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고즈넉한 정취의 항구들= 덕신해수욕장을 끼고 있는 오산항은 스쿠버 다이버들과 낚시꾼들이 즐겨찾는 곳이다. 등대가 만들어내는 항구의 풍경, 새벽시장에서 싱싱한 생선을 두고 오가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항구의 활력이 활어처럼 펄떡인다. 울진의 다른 항구들도 그렇지만 특히 오산항은 활어회를 즐기는 이들에게 반가운 곳이다. 오산항 근해가 어족자원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진데다 이곳에서 활어회를 먹어 본 사람들은 싱싱한 활어와 저렴한 가격 때문에 다시 오산항을 찾을 정도라는 것. 이곳은 또 수심이 10~40여m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쿠버다이빙 포인트를 갖고 있어 다이버들이 선호하는 곳이기도 하다. 겨울에는 감성돔과 문어, 봄에는 물 속을 장식하는 말미잘의 풍경, 여름에는 단체로 유영하는 방어떼에 이르기까지 계절마다 물 속 풍경도 달라진다. 오산항에서 북쪽 망양 해수욕장 인근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동해의 푸른 물결을 감상하면서 이어지는 항구와 해수욕장들을 만날 수 있는 해안 드라이브코스로도 인기를 끈다. 사동항은 볼수록 아기자기한 풍경을 품고 있다. 빨간 등대와 하얀 등대가 좌우로 길잡이 하듯 서 있는 사동항에는 해돋이를 보러 찾는 이들이 유독 많다. 빨간 등대는 왼쪽으로, 하얀 등대는 오른쪽으로 가라고 가리키는 것이라는 게 어부들의 풀이다. 경매인들로 분주하던 새벽이 지나면 물고기를 손질하는 아낙네들의 손길이 바빠진다. 사동항 북쪽으로는 기성망양해수욕장이 펼쳐지고 해수욕장 바로 위쪽 마을에는 '해월헌'이라는 고택이 있다. 월송정과 함께 울진의 정자로 쌍벽을 이루는 해월헌은 조선 중기에 지어진 누각으로, 원래 사동리 산꼭대기에 있던 것을 옮겨지었다고 한다. ◇비구니들의 향기를 품은 불영사= 신라 고찰의 고풍스러움이 묻어나는 불영사는 불영사 계곡에 안겨 있는 보석 같은 사찰이다. 신라 진덕여왕 5년(651) 의상대사가 창건한 불영사는 비구니 사찰답게 정갈하면서도 단아한 기품을 간직하고 있다. 특히 불영사 계곡과 어우러지며 1km 남짓 이어지는 사찰 진입로는 단풍 명소로 알려진 고창 선운사나 김천 직지사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화려함을 자랑한다. 불영사 경내에는 응진전(보물 제730호), 대웅보전(보물 제1201호), 영산회상도(보물 제1272호) 등 문화재가 많이 남아 있다. 불영사에서 또 하나 흥미로운 볼거리는 대웅보전 기단 양쪽 아래 가만히 고개를 내밀고 있는 돌거북 두 마리다. 불영사가 화산(火山)에 자리해 있어 불의 기운을 누르기 위해 대웅보전 아래 돌거북을 묻었다고 전해진다. 불영사라는 이름의 유래도 특별하다. 불영사는 원래 의상대사가 큰 연못에 있는 아홉 마리의 용을 쫓아낸 후 지어 구룡사라 불렸는데 산 위에 자리한 부처 형상의 바위가 절 앞 연못에 비쳐 불영사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이라고 한다. 유래를 듣고 보니 연못 너머 산 위에 관세음보살이 제자들에게 불법을 설파하는듯한 형상의 바위가 선명하게 보인다. ◇울진의 먹거리=울진의 대표적인 먹거리로 대게찜을 빼 놓을 수 없다. 쫄깃한 대게를 한 입에 배어 먹으면 고소한 감칠맛이 입안에 가득찬다. 후포면 여객선 터미널 안에 자리한 왕돌회수산(054-788-4959)은 대게와 활어회, 문어와 새우를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입소문이 나 있다. 전국 택배가 가능해 한 번 다녀간 손님은 그 맛을 잊지 못해 대게찜을 주문한다. 따끈한 칼국수 한 그릇이 그리우면 망양정해수욕장 근처 망양정회집(054-783-0430)으로 가보자. 백합, 홍합, 바지락, 가리비, 참조개 등 각종 조개를 넣고 푹 끓인 육수에 수타면의 쫄깃한 면발이 제대로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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