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새영화] 인셉션


장자는 나비가 됐던 꿈에서 깨보니 내가 나비였는지 나비가 나였는지 구분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누구나 꿈에서 깨어나 잠시 동안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좋은 꿈을 꿨을 땐 다시 잠들려 노력하고 나쁜 꿈을 꿨을 땐 꿈이었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실제 우리 일상에서도 때론 꿈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 꿈 같은 현실과 현실 같은 꿈이 반복되기도 한다. 영화 ‘인셉션’은 하나의 거대한 꿈을 이야기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구상에서 개봉까지 25년이 걸렸다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지은 꿈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놀란 감독이 꿈이라는 소재를 고른 건 영리한 선택이었다. 중력이 없어질 수도 있고 사람이 날아다닐 수도 있는 꿈이라는 설정 덕에 2억 달러라는 막대한 제작비를 자유자재로 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놀란 감독의 꿈 속에서 관객은 그가 만든 현실과 상상을 모두 경험한다. 영화는 ‘매트릭스’ 가 이미 보여준 가상 현실의 골격에 거리가 반으로 접히고 건물이 흙처럼 사라지는 창의적인 이미지라는 살을 붙여 어디선가 본 듯하면서도 새로운 느낌을 준다. 현실과 꿈이 그렇듯 말이다. 타인의 꿈 속에 침투해 생각을 훔칠 수 있는 가까운 미래에 생각을 훔치는 최고의 실력자 돔 코브(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아내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아이들과 떨어져 사는 도망자 신세가 된다. 이때 한 의뢰인(와타나베 켄)이 거대 에너지 기업 후계자의 머리 속에 기업을 분할하라는 생각을 심어주면 코브가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제안을 하고 코브는 팀을 구성해 생각을 심는 ‘인셉션’작전에 착수한다. 전작에서 기억이 10분밖에 지속되지 못하는 사람의 이야기와(메멘토) 선과 악에 대한 통찰(다크나이트)을 보여줬던 놀란 감독은 이번엔 꿈과 현실의 모호함이라는 철학적 주제를 통해 가혹한 현실에서 벗어나 꿈 속에 머물고 싶어하는 인간의 심리를 담았다. 하지만 이 어려운 주제도 ‘오션스 일레븐’을 연상시키는 팀플레이 액션과 ‘매트릭스’같은 가상공간의 볼거리 속에 녹아들어 대중영화로 즐기기에 무리는 없다. 주인공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를 비롯해 일본의 국민배우 와타나베 켄, 그 어느 영화보다 매혹적으로 등장하는 마리온 코티아르 등 묵직한 중견배우들과 ‘주노’의 엘렌 페이지,‘500일의 썸머’의 조셉 고든 레빗 등 차세대 배우들의 조합 역시 영화의 완성도를 높인다. 다만 꿈 속의 꿈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이야기 구조와 관객들의 상상에 맡기는 열린 결말, ‘킥’, ‘토템’, ‘림보’ 등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새로운 개념들이 단순하고 명쾌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좋아하는 우리나라 관객에게 얼마만큼 호응을 얻어낼 지는 미지수다. 21일 개봉.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