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 취임 100일

"규제보다 독과점 해소" 대기업 정책 변화 주도<br>지배구조 개선·투명성 강조보다 경쟁저해 불공정관행 차단 주력<br>금융·통신·에너지·방송·의료등 "신5적, 법집행 강화 경쟁촉진"



지난 3월 공정거래법의 최고 권위자인 권오승 위원장이 취임했을 때 대기업들은 그 어느 때보다 긴장했다. 대기업 정책이 이전보다 훨씬 엄격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돌았다. 특히 올해 중 3년 단위의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로드맵’(대기업 정책)을 새로 짜야한다는 점에서 그의 등장은 더욱 껄끄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권 위원장이 23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지난 100일 동안 권 위원장이 가장 강조한 것은 ‘재벌규제’가 아닌 ‘경쟁촉진’이었다. 그는 주변의 예상과는 달리 “재벌정책이 필요하지만 공정위가 이를 전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공정위가 재벌정책의 총대를 메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보였다. 또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해도 언론은 출자총액제한제도 관련 기사만 쓴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고 심지어 출자총액제한제도에 대해 “대단히 거칠고 목적과 수단의 정합성이 떨어지는 무식한 제도”라는 표현까지 썼다. 대기업집단보다 실제 시장에 작용하는 개별 분야의 독점해소에 무게를 두겠다는 의지는 그의 강연에서 종종 드러난다. 권 위원장은 “과거 공정위가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와 투명성을 강조했지만 나는 그런 얘기를 하지 않겠다. 대신 개별 시장의 독과점 해소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 개선과 투명성 제고보다는 대기업집단의 불공정행위로 시장의 경쟁성이 저해되는 것을 막는 데 더 치중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 때문에 권 위원장이 취임한 뒤 공정위에는 ‘신5적’이 회자되고 있다. 독과점 구조로 경쟁구조가 수립돼 있지 않는 금융ㆍ통신ㆍ에너지ㆍ방송ㆍ보건의료 등이 그것이다. 권 위원장은 “경쟁원리가 확산돼 있지 않은 분야가 있고 이러한 부분에 대해 경쟁원리 확산을 위해 법집행을 강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공정위의 조직도 산업별로 개편, 경쟁촉진을 확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재벌정책도 팔짱만 끼고 있는 것은 아니다. 권 위원장은 “출총제 등 재벌정책도 공정위 업무의 한 부분”이라며 출총제 대안마련을 통한 재벌정책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출총제 대안은 권 위원장의 색깔을 분명하게 보여주게 될 것이다. 권 위원장의 평소 지론처럼 대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 왜곡을 방지하면서 기업의 부담도 줄여주는 대안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가 큰 관심이다. 대기업들도 이 때문에 “이론을 현실에 제대로 적응시키기 위해서는 현실을 잘 알아야 하는데 정확히 알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까 두렵다”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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