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차를 움직이는 사람들/자동차산업 진두지휘 “새 역사 창조”

◎정세영 현대자동차명예회장­고유모델 개발주력 76년 포니 탄생시켜 「포니정」 애칭 생겨/김선홍 기아그룹회장­공채 1기로 출발후 「봉고신화」 주인공서 기아위기 책임자로/김우중 대우그룹회장­해외차업체 인수등 국내업체 진출선도 「세계경영」 전도사역/김석준 쌍용그룹회장­1주일에 절반 이상 평택공장 머무르며 체어맨 막바지 작업/이건희 삼성그룹회장­내년3월 신제품 탄생 2015년 100만대 생산 업계 판도재편 야심자동차 산업이 국내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 커질수록 이를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과 움직일 사람들에 대한 관심도 커진다. 국내 자동차산업의 특징은 현대 기아 대우 삼성 쌍룡 등 국내 10대재벌 가운데 절반이 자동차산업에 뛰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고 서로에게 보내는 존경의 눈길도 예사롭지 않다. 국내 자동차산업의 산증인으로 꼽히는 인물은 정세영 현대자동차명예회장(69)과 김선홍 기아그룹회장(65). 정명예회장은 67년 현대자동차를 설립, 10년만인 지난 76년 국내 첫 독자모델인 포니를 개발해 세계시장에서 히트를 치면서 「포니 정」이라는 국제적인 애칭을 받은 인물이다. 87년부터는 그룹회장직까지 맡아 현대가까지 챙겨오면서 국내외로 뛰어왔다. 정명예회장이 국내 자동차산업에 미친 영향은 창사초기부터 고유모델 독자개발에 주력해 왔다는 점. 포니에 이어 엑셀, 스텔라, 쏘나타 등이 그런 철학에서 개발됐다. 지난해초 그룹회장과 자동차회장직을 떠나면서 『물러나더라도 현대자동차를 2000년까지 세계일류 자동차회사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아직도 왕성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특히 해외시장개척은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는 상태. 신임회장에 임명된 30대의 장남 정몽규회장도 자동차에 관한 열정은 선대에 못지 않다. 올해에는 한국자동차공업협회장직까지 맡아 경쟁사 공장상호방문, 삼성보고서 파문에 대한 공동대처 등 업계 공조를 이뤄냈다. 김선홍회장은 자동차업계에서 「한국의 아이아코카」 「기아의 대표사원」으로 불린다. 아이아코카는 도산직전의 미국 크라이슬러 자동차사를 흑자기업의 반열에 올려놓아 오늘날 크라이슬러의 초석을 닦은 인물. 김회장은 지난 81년 기아자동차 사장 당시 취임 1년만에 「봉고신화」를 일으키며 적자기업 기아를 흑자기업으로 전환시키는 탁월한 경영능력을 발휘했다. 「기아의 대표사원」이라는 별명은 지난 58년 기아자동차 전신인 기아산업 공채 1기로 입사, 32년만에 그룹회장에 오른 입지전적인 그의 개인사와 국내 유일의 전문경영인그룹이라는 기아그룹의 독특한 기업구조에서 나온 말이다. 서울대 기계공학과 출신인 김회장의 경영철학은 「본경영」. 자동차를 근본으로 연관산업을 추진하되 딴 곳으로는 한눈을 팔지 않겠다는 뜻으로 기아자동차가 「기술의 기아」로 불리게 된 것도 이런 김회장의 학력, 경영관과 무관치 않다. 원가가 다소 더 먹히더라도 완벽한 차를 만들 것을 지시, 실무진들과 마찰도 자주 빚는다는 것. 현대 대우자동차 최고경영자들이 기아의 기술력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김회장은 국내 유일의 전문경영인으로서 재벌사회에서 소외되는 설움을 당하기도 했다. 기아가 재벌들의 모임인 전경련에 가입할 수 있었던 것도 90년대 들어서다. 그러나 김회장은 회장 취임 7년만에 그것도 40년 가까이 바퀴인생을 살아온 자동차인으로 자신이 이끌어온 거함 기아를 위기로 몰고갔다는 책임을 면치 못할 비운의 주인공이 되고 말아 주변인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그것도 자동차 등록대수 1천만대를 돌파한 당일이다. 김회장은 지난해부터 「제2의 김선홍」을 구상하며 최근 후계구도를 고민해왔다고 측근은 전한다. 김우중 대우그룹회장은 국내기업들의 「세계경영」 전도사로 통한다. 특히 자동차의 경우 폴란드 루마니아 등의 거대 자동차회사를 인수하면서 국내자동차업체들이 뒤늦게 해외에 뛰어드는 계기를 마련했다. 한때는 서울 그룹본사를 떠나 부평공장에서 집무실을 내고 이곳에서 살다시피 했다. 세계경영에 들어가면서는 일년의 3분의 2를 비행기나 해외에서 보낼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룹총수로는 이례적으로 오스트리아 빈에도 집무실이 있을 정도다. 한 교수는 최근 이같은 김우중의 열정적인 활동을 「일중독증 환자」라고 표현할 정도. 쌍용의 김석준회장은 건설통으로 취임초기에는 자동차에 대해 다소 문외한 이었으나 열정만큼은 자동차매니아인 형(김석원 전회장) 못지 않다. 특히 최근 쌍용자동차가 어려움에 처하자 자동차에 대한 그룹차원의 총력지원체제를 역설하고 1주일에 2∼3일 정도는 쌍용차 평택공장에 머무르며 올 가을(9월) 출시예정인 3천2백cc 「체어맨」의 막바지 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쌍용건설에 있을 때는 5백cc 맥주컵이 건물기둥으로 보였는데 이제는 자동차 실린더로 보인다』고 말할 정도로 자동차에 푹 빠져 있다. 정부부처를 방문하거나 외국 국빈이 그룹을 방문할 경우, 쌍용을 소개할 때 무쏘와 이스타나의 특장점을 정열적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그룹내 자동차 사업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평택공장에서 계열사사장단회의를 주재하기도 했다. 자가용도 승용차 대신 지프형차인 무쏘를 타고 다닌다. 삼성 이건희회장은 자동차사업에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차에 대한 열정은 현재 자동차를 만들고 있는 회장들과 진배없이 강하다. 특히 자동차수집광이기도 한 그의 자동차지식은 전문가를 뺨친다는게 그룹측의 설명. 취미가 자택에 마련된 간이 정비소에서 자동차를 분해 조립하는 것이다. 유학시설 중고차를 손질해 되파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배우 그의 자동차 수리솜씨는 고릅 스포츠카인 포르쉐도 마음대로 만지작거길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젊은시절 스피드광으로 적지않은 에피소드를 낳기도. 98년 3월부터 자신이 만든 삼성자동차 시판에 들어간다는 목표아래 임직원을 채근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이회장의 행보는 최근 자동차업계의 가장 큰 관심거리. 이회장이 스포삼성이 최근 자동차업체의 인수합병(M&A)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어 만약 성사될 경우 국내 자동차업체의 판도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삼성자동차는 오는 2015년경 1백만대 생산체제를 갖춘다는 목표아래 부산공단의 시험가동에 들어간 상태로 내년 3월부터 8만대의 승용차를 뽑아낸다.<정승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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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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