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중동이 아닌 세계를 보겠습니다." 18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 김중겸(60) 현대건설 사장은 17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임기 3년 동안 눈에 띄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단기실적에 집착하지는 않겠다"며 "더 중요한 것은 현대건설이 글로벌 건설 리더로 도약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1년간 회사가 글로벌 건설사로 거듭나기 위한 조직과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서 세계시장 개척을 강조했다. 신울진원전 1ㆍ2호기 수주 직후에 가진 간담회서인지 김 사장은 어느 때보다 밝고 의욕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이번 수주에 김 사장이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는 수주 다음날인 지난 16일 오후 이례적으로 전 임직원과 함께 본사 1층 로비에서 호프데이 행사를 연 데서 쉽게 느껴진다. 김 사장 취임 첫해인 지난해 현대건설 매출은 9조2,786억원으로 전년보다 27.6%나 늘어났다. 순이익 역시 전년 대비 22% 증가한 4,558억원을 기록, 창사 이후 최대의 실적을 거뒀다. 신규수주도 15조6,996억원에 달했다. 김 사장은 "취임 첫해에 좋은 실적을 거두기는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가장 어려운 시기에 회사를 맡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업계 1위가 아닌 글로벌 리더로서의 역량을 갖춰나가야 할 '패러다임 시프트'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중동 플랜트 시장의 호황이 계속 이어질 수는 없다"며 "이에 대응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한 차원 높은 경쟁력을 갖춰나가는 데 올해 회사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자카르타ㆍ뉴델리ㆍ홍콩 지사에 영업지사장을 파견한 것도 아시아 지역 수주 확대 및 시장 다변화를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김 사장은 특히 중국시장에 관심을 보였다. 그는 "중국은 단순히 건설시장의 차원을 넘어 앞으로 국내 건설사가 경쟁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협력해야 할 대상"이라며 "중국 내 경쟁력이 있는 건설 디벨로퍼나 시공사 등과의 적극적인 협력관계를 모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원자력발전소와 1조900억원 규모의 신울진원전 1ㆍ2호기 등 국내외에서의 잇따른 원전수주에 대해 그는 "단순히 공사를 따내 매출과 수주액을 확보한 것이 아니라 현대건설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노력의 성과"라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원전 등 신사업 개척을 통해 단순시공 위주에서 벗어나 엔지니어링ㆍ조달 등 선진형 사업구조로 회사를 재편해 지금까지와 다른 현대건설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