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5월 26일] 일방적 재무약정에 멍드는 해운업계

최근 외환은행이 현대그룹을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 대상으로 선정한 데 대해 해운업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금융권이 지난해 10월 한진해운과 재무약정을 체결한 데 이어 이달 들어 또다시 현대상선이 주력 기업인 현대그룹과 재무약정을 체결하려 하자 쌓였던 불만이 폭발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올 들어 업황이 호황세로 돌아서는 상황이라 업계는 더욱 탄식하고 있다. 채권단들이 해운사들을 문제 삼는 이유는 간단하다. 해운사들의 부채 비율이 과도하다는 것. 실제 채권단들의 지적처럼 한진해운ㆍ현대상선 등 국내 대표 해운업체들의 부채 비율은 200%대 후반으로 높은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산업 특성상 해운업계의 경우 기본적으로 부채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해운사들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선박을 대거 확보해야 하는데 배를 구입할 경우 약 80%를 대출로 충당할 수밖에 없다. 보유 선박이 많으면 많을수록 부채도 증가하는 구조인 셈이다. 이는 글로벌 해운사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채권단들이 부채 비율을 근거로 재무약정을 체결하는 것에 대해 해운업계가 서운해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게다가 해운사들이 부채를 줄이려면 경쟁력과 직결되는 선박이나 항만을 팔아야 한다. 실제 한진해운은 올 들어 부산 신항의 지분 49%를 매각했다. 또 재무약정이 채결되면 해운업체들이 해외에서 영업하는 데도 제약을 받게 된다. 국내 해운사들의 컨테이너 물동량 가운데 70~80%는 해외업체들의 제품이다. 벌써부터 외국 고객사들이 물품 맡기기를 꺼리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업계는 "금융업계가 해운업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글로벌 해운사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답답할 따름"이라고 하소연한다. 물론 '건전한 재무구조'를 요구하는 채권단의 원론적 입장은 이해된다. 하지만 산업적 특성을 감안하지 않은 채 '부채 비율'이라는 일방적인 잣대만 들이댄다면 한국 해운업계의 안정적 성장은 기대할 수 없다. 세상 어떤 일이든 예외는 있을 수 있다. 해운업의 특성을 반영한 채권단의 폭넓은 아량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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