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해산 브렌트유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합의 연장논의가 본격화되면서 91년 이후 최고치인 배럴당 25.21달러를 경신했다. 지난해 11월 배럴당 10.92달러까지 하락했던 브렌트유는 OPEC의 감산합의 이후 급등세를 타다가 지난달에는 20달러선까지 다시 하락했으나 감산연장 가능성에 따라 11월 중 15%나 치솟는 초강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세계 에너지연구센터는 감산이 지속될 경우 내년 말 유가는 35달러까지 폭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전망이 현실화된다면 우리 경제는 제3차 석유위기로 내몰리지 않을까 우려된다.
고유가가 되면서 일부 회원국들이 증산유혹을 느끼고 있어 감산합의국간에 내분조짐이 나타나기는 하나 아직까지는 내년 3월까지의 감산합의를 연장, 산유국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만만치 않다. 일부 국가들이 증산을 하더라도 과거와 같은 배럴당 20달러 이하의 저유가시대로의 복귀는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높은 유가상승세는 이미 우리 경제 회복세에 엄청난 부담이 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연말유가를 배럴당 25달러로 보면 성장률은 당초 전망치보다0.25% 포인트 하락하고 무역흑자는 34억5,000만달러 줄어든다고 전망했다. 석유 한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로서는 절약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
정부가 비축석유를 긴급방출하고 국내외유가의 차이를 보전키 위해 유가완충기금을 풀며 수입석유비축을 늘리기로 한 것은 적절한 대책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응급대책에 불과하다.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에너지절약정책이 적극 추진돼야 한다. 정부가 지난 10월에 이미 에너지절약종합대책을 발표한 만큼 이를 실효성있게 추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책을 발표한 후 유가가 다시 내려갈 전망이라고 해서 실행의지가 약화되다가 유가가 오르자 이미 발표한 대책을 재탕하는 식이 돼서는 곤란하다. 단기간 내 유가가 너무 오르는 것도 막아야 되지만 저유가가 에너지낭비를 조장한다면 저에너지가격정책은 전환돼야할 것이다. 에너지가격 현실화는 국내경기와 물가에 당분간 부담을 주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므로 주저할 필요가 없다.
국제유가동향에 흔들리지 않는 에너지절약형 산업구조로의 전환을 적극 밀고 나가야 한다. 에너지절약분위기를 조성키 위해 다양한 대책을 준비해야 할 때다. 차량 10부제도 종합대책의 하나로 검토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