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서 공부합시다.』강 헌 교수는 「잘 놀며 공부하는 사람이 성공한다」고 주장한다. 한국판 「하버드대학의 공부벌레들」이라는 말로 잘 알려진 포항공대에서 姜교수의 「놀자」는 주장은 좀 특이하다. 그러나 姜교수는 과학자는 놀만큼 「여유」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번에 상을 안겨준 「CS+ 표면산란법」도 제가 바빴으면 쓰레기통에 버렸을 겁니다. 한 대학원생이 말도 안 되는, 솔직히 실험을 잘못한게 뻔한 데이터를 들고 왔죠. 별로 할 일이 없어서 들여다 봤더니 뭔가 보이더군요.』
姜교수의 「놀자」분위기는 그의 연구실에서도 잘 나타난다. 姜교수의 실험실에 들어온 대학원생들은 1년동안 하릴없이 「놀기만」 한다. 姜교수도 덩달아 「세월아 네월아」하며 내버려둔다.
그러나 학생들이 마냥 노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1년동안 아무 부담없이 자기가 연구할 과제를 찾는다. 姜교수는 그들에게 게으르다고 탓하지도, 이런 연구를 하라고 강요하지도 않는다. 그저 지켜만 본다. 姜교수는 학생들이 1년동안 단편적인 지식보다 더 중요한 「지혜」를 얻기를 바란다.
『포항공대에 온지 10년만에 이번에 처음으로 박사를 냈어요. 그 학생에게 그랬죠. 「일절 내 도움없이 자네만의 연구로 외국 학술지에 논문을 실어라, 그러면 박사를 주겠다」라고요. 처음에는 어려워하더니 결국 해내더군요. 그 학생은 스스로 하는 법을 배운 겁니다.』
姜교수의 「잘 노는 사람이 성공한다」는 연구관은 지난 93년 6개월동안 스위스의 IBM 유럽연구소에 방문교수로 다녀오면서 더 굳어졌다.
『30명 남짓한 연구원들이 모인 곳에서 80년대 이후 노벨상이 2명이나 나왔습니다. 알고보니 IBM은 연구 예산만 좀 주고 전혀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나쁘게 말하면 형식적으로 만든 연구소였죠. 기대가 없으니까 간섭도 없고, 간섭이 없으니까 마음껏 창의적인 연구를 할 수 있게 된 거죠.』
姜교수는 이번에 받은 상금중 일부를 포항공대 화학과에서 준비하고 있는 「우수논문상」에 낼 계획이다. 잘 놀고 그만큼 좋은 논문을 쓴 대학원생을 격려하고 싶어서다.【포항=김상연 기자】
「과학자는 잘 놀아야 한다」고 말하는 姜 憲교수는 외국에서 학회가 끝나면 가까운 바닷가를 찾아 잠수복을 입고 바닷속 세계에 푹 빠지곤 한다. 姜교수가 잠수하여 바다식물을 관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