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자재 값이 다시 오르고 있는데 대기업들은 납품 단가를 현실화하자는 중소업계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상생을 외치는데 경영 현장에서는 아직 피부에 와 닿지 않습니다." 김동섭(사진) 한국금형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자재 값과 인건비가 올라 납품 원가를 인상하지 않으면 중소기업의 경영에 큰 차질을 빚을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매년 연말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납품단가를 협의하는 기간으로 올해 역시 대기업들의 '인색한' 납품단가 인상에 중소기업들이 큰 애로를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이사장은 "정부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상생을 강조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실행이 잘 안되고 있다"며 "대기업의 총수나 최고경영자의 인식이 달라지지 않고는 납품단가 현실화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대기업이 금형 비용을 너무 낮춰서 주려고 하는데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버틸 수 있는 중소업체는 많지 않다"며 "(대기업에서) 구매를 담당하는 사람들에게 책임을 돌릴 게 아니라 제도적으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동반성장과 대중소기업 상생을 위한 제도화가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게 김 이사장의 생각이다. 그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문제는 하루 아침에 바뀔 수 없는 문제인 탓에 제도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며 "역대 모든 정부들이 숱한 대책을 내놓았지만 실효를 얻지 못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고 말했다. 김 이시장은 그러나 정부가 최근 금형ㆍ도금ㆍ주조ㆍ주물 등을 '뿌리산업'으로 지정해 육성할 방침을 정한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중소기업청이 우리 조합을 찾아 정부의 여러 지원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며 "뿌리산업을 키우기 위한 대책을 신속하게 마련하면 큰 도움을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장은 "금형 산업이 잘 육성되어야만 모든 제품의 디자인과 상품 가치가 높아진다"며 "초창기와 비교해 국내 금형업체들의 기술력이 월등히 높아져 많은 수출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일본과 독일 등 선진국에 비해 기술력이 뒤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