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교사인 친구 부인이 내내 연습장만 다니다가 드디어 첫 라운드 날, 소위 머리 얹는 날을 정했다고 한다. 드라이버가 100야드도 안 나가는 것 같다고 걱정을 땅 꺼지게 하면서도 선물로 건네준 새 장갑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것을 보니 무척 설레는 품새였다.
가방을 싸면서 첫 라운드에 혹시 파나 버디를 할 수 있지 않을까, TV에서 보던 여자 프로들처럼 멋진 폼으로 필드를 누빌 수 있을까 하며 한껏 가슴 부풀리다가 곧 그린 피가 얼만데, 캐디 피랑 음료수값 합치면 얼마인데, 딸 아이 학원비보다 몇 배가 비싼 거야 하고 혼잣말을 해가면서 짐을 풀었다고 했다.
친구는 대기업 임원도 아니고 원래 부잣집 아들도 아니다. 평교사인 그 부인 역시 학교를 떠나면 딸 교육비를 걱정하는 아줌마다.
그런 그들이 골프를 좋아한다. 가만히 있던 볼이 몸 움직임에 따라 ‘딱’ 하는 소리를 남기고 날아가는 순간에 기뻐하고 한참 연습한 뒤에 비 오듯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시원해한다. 골프라는 스포츠 자체를 좋아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골프에 빠지기에는 아직 벽이 많다. 비용 문제가 가장 크고 부킹난도 극복하기 어려운 과제다. 문턱 낮은 골프장이 많이 생겨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6홀이든 9홀이든 주머니는 넉넉지 않지만 가슴 설레며 라운드를 기다리는 회원권 없는 골퍼들이 부담 없이 갈 수 있는 곳, 소규모 퍼블릭 골프장이 필요하다.
정부는 최근 9홀 이하의 소규모 골프장도 회원제로 조성할 수 있다며 철저히 사업자 중심으로 규제완화 방침을 발표했다. 그렇게라도 수도권 자투리 땅을 이용해 골프장이 생기면 부킹난이 다소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허나 그 회원제라는 테두리, 특히 모집금액에 대한 규제가 완전히 없어져 사업주 마음대로 회원권 가격을 정할 수 있다는 방침은 아무리 생각해도 친구 부부 같은 골퍼들에게 희소식이 될 수 없다.
수억 원의 회원권, 고가의 클럽과 의류를 자랑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그저 자연 속에서 샷 한번의 기쁨을 누리고자 하는 드러나지 않는 수많은 골퍼들을 위해 보다 현실적인 정부 방침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