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새벽인력시장 「구인」은 없고 「구직」만 가득

◎불황여파 일감 “가뭄에 콩나듯”/부도로 노임떼이기 일쑤새벽 인력시장이 썰렁하다. 낙원상가 2층에 형성되던 악사 인력시장은 아예 자취를 감춰버렸으며 미장, 조적공들이 주로 모이는 영등포시장 사거리, 사당동 태평백화점 앞, 주방장 등 음식점 종업원들이 모여드는 새벽 인력시장엔 구직자만 가득하다. 16일 상오 4시 관악구 봉천동 현대시장 앞.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이른 시간에 싸늘한 새벽공기를 마시며 일거리를 찾는 건설인부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한다. 한시간 남짓 지나 그리 넓지 않은 장터에는 인부들이 줄잡아 1백50명 정도로 불어나고 모닥불을 피워놓고 몸을 녹이는 모습이 눈에 띈다. 간간히 건설현장의 하청업체 작업반장이 봉고차를 몰고 와 인부 대여섯명씩을 태우고 어디론가 사라지곤 하지만 대다수 인부들은 일거리를 찾지 못해 근심어린 표정으로 마냥 기다리고 있다. 『추석 이후 사람을 구하러 오는 작업반장들이 크게 줄었습니다. 운이 좋아 일거리를 찾아도 한두달 뒤에 돈을 받거나 아예 회사가 부도나 떼이기 일쑤입니다.』 철근공사가 전문인 김근수씨(49)는 『20여년을 이곳에서 일감을 구해 근근이 살고는 있지만 요즘처럼 어려운 때가 없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옆에 있던 박영범씨(45)는 『건설하청업체들이 연쇄부도로 쓰러지면서 아파트, 상가 등 건설현장이 크게 줄어든데다 현금도 돌지 않아 제때에 돈을 받을 수도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당은 하루 평균 12만원으로 예전보다는 많이 올랐지만 3∼4일 만에 하루 걸리다 보니 수입은 예전에 비해 절반 가량에 불과한 형편』이라고 털어놓았다. 상오 7시30분께 중구 북창동 일대. 지난 1960년께 형성되기 시작한 이곳 인력시장에도 주방장을 비롯한 요리사, 잡부 등 중국음식점 종업원들로 북적대고 있지만 업주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중국음식 요리사 경력 10년째라는 김종훈씨(40)는 『음식점마다 두명씩 쓰던 사람을 한사람으로 줄이고 친인척 중심으로 장사하는 경향이 많아지면서 일감 구하기가 무척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2백여 악기점포로 즐비한 종로구 낙원상가 2층에는 지난 30여년간 악사 인력시장이 형성, 활기를 띠었으나 수요 업소들이 전업하거나 문을 많이 닫으면서 이제는 아예 자취를 감춰버렸다. 한편 노동부가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파악한 자생노동시장 현황에 따르면 인력시장은 한때 전국적으로 70여곳에 달했으나 현재는 서울 17개소 등 전국에 약 40개소가 형성돼 점차 줄어들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최근 실직자들이 노동시장으로 쏟아져 나오면서 새벽 인력시장에 일거리를 찾는 사람은 늘고 있으나 불황여파로 거래가 감소하면서 인력시장 자체가 점차 사라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최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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