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쟁중단… 경제살리기 나섰다/여야 영수회담 뭘 논의했나

◎인기영합정책 일체 거론안해 고무적/경제대책협 사공많아 정책일관성 상실 우려/「국가경제 주식회사식 운영」 출발점여야가 경제난 타개에 초당적 협력을 하기로 다짐했다.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국민회의총재, 김종필 자민련총재 그리고 이회창 신한국당대표가 1일 청와대에 모여 머리를 맞대고 어려운 경제를 살리기 위한 방안을 숙의했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한판 승부를 벌여야하는 정치 지도자들이 정쟁을 일시 중단하고 사그러드는 경제의 불씨를 살려보자고 나선 것이다. 여야대표들이 이같이 보기 드물게 경제영수회담을 연 것은 현재 우리 경제의 어려움과 국민들이 느끼고 있는 체감경기지수의 하강과 불안감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자칫 국가경제가 퇴락의 길을 걸으면서 정치지도자들도 여야를 막론하고 설땅이 없어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날 여야는 「합의문」과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 등 두가지 발표문을 채택해 회담이 끝난 후 각당이 동시에 발표했다. 여야는 현재의 난국을 초래한 직접적인 원인이 된 한보사태에 직간접적으로 연계되어있기 때문에 결자해지의 입장에서 자성하는 자세를 보였다. 그리고 진상규명을 전제로 한보사태가 더이상 경제에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함께 다짐했다. 합의문에서 여야는 『국민의 마음을 불안하게 하는 현 시국상황을 감안해 경제살리기에 주력하며 국민에게 고통분담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한다』고 밝혔다. 여야는 또 정당과 각계각층 대표가 참여하는 경제대책협의체를 구성해 경제난 극복을 위한 중장기 대책을 깊이 있게 논의키로 했다. 여야는 이 협의체에서 금융실명제의 보완, 외환대책, 사교육비 경감문제 등 경제현안을 계속 협의키로 했다. 정파를 초월해서 정치권과 국민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경제대책협의체 구성은 이번 회담의 가장 큰 성과로 평가된다. 정부는 이같은 정치권의 경제살리기 움직임을 크게 반기고 있다. 청와대 경제비서실의 한 관계자는 『정치권이 경제를 살리자는 분위기를 잡아주어 한보사태 등으로 일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던 경제부처들이 다시 일할 수 있게되어 다행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더욱이 정치권이 중장기 대책을 협의할 기구를 만들고 경제현안을 논의하자면서도 경쟁력 향상방안, 기업자금난 해소, 외환대책 등은 거론한 반면 세금경감 등 소위 인기영합적 정책을 일체 거론치 않은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여야는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을 통해 정치인들이 경제살리기에 앞장설테니 국민, 근로자, 기업인들도 고통분담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특히 고용안정과 노사화합이 우리 경제가 올해 넘어야할 가장 큰 산으로 인식하고 이를 위해 기업인들과 근로자들이 노력해 줄 것을 각별히 당부했다. 이같은 정치권의 움직임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한다면 우리 국가경제는 여야 정치권, 정부, 기업인, 근로자 등이 혼연일체가 되어 경제전문가들이 그동안 주장해온 「국가경제의 주식회사적 운영」의 출발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낙관은 이르다는 견해도 많다. 한보 재수사가 진행되면서 정치권이 어떤 파란을 겪을지 모르며 김현철씨 문제도 복병이다. 경제협의체도 여야와 각계 대표가 모였을 때 효율적이고 건설적인 운영이 된다는 보장이 없다. 오히려 사공이 많은 배가 산으로 가듯 경제정책과 경제운영이 일관성을 상실하고 혼선을 초래할 여지도 없지 않다.<우원하> ◎여야영수회담 합의문 전문 오늘 여야 정당대표가 머리를 맞대고 경제난 해결을 위한 방안을 협의한 결과 다음과 같이 합의했음을 밝힌다. 첫째, 여야는 국민의 마음을 불안하게 하는 현 시국상황을 감안, 경제 살리기에 주력하며 국민에게는 고통분담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키로 한다. 둘째, 경제난 극복을 위한 중장기 대책을 깊이있게 협의하기 위해 여야 정당과 각계 각층 대표가 참여하는 경제대책협의체를 이른 시일 안에 구성하되 구체적 방안은 3당 정책위의장이 협의 결정토록 한다. 셋째, 한보사태의 교훈을 살려 금융개혁을 서두르고 저축증대와 고용 및 임금안정, 그리고 물가안정을 위해 공동 노력키로 한다. 넷째, 중소기업 및 영세기업의 어려움을 완화하고 시중 자금난을 해소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며 대기업의 국제 경쟁력 향상방안도 아울러 강구한다. 다섯째, 금융실명제의 보완·외환대책·사교육비 경감문제 등 경제현안은 앞으로 구성될 경제대책협의체를 통해 계속 협의키로 한다. 여섯째, 한보사태는 현재 국회 국정조사와 검찰조사가 진행 중이므로 모든 진상이 철저히 밝혀지도록 하며 더 이상 이 문제가 경제의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된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 일곱째, 자민련 김종필 총재는 이 자리에서 내각책임제도로의 개헌문제와 정치발전을 위한 제도개선 문제를 제기했으며 여당대표도 이 문제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여야 대국민 공동호소문 전문/“정부 예산 2조 삭감 솔선수범… 국민들도 사치·낭비 억제를”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들의 피와 땀, 그리고 눈물로 쌓아올린 경제의 공든탑이 지금 무너지려 하고 있습니다. 세계의 부러움을 샀던 우리 경제가 세계와의 경쟁에서 뒷전으로 밀리고 있습니다. 국민 모두가 경제의 어려움을 크게 걱정하고 있는 것을 우리는 잘 압니다. 정부·여당은 경제가 이렇게 된데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정치인들도 자성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이야말로 경제를 살리는 일에 모든 힘을 합해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여야는 최근의 심각한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초당적인 협력과 국민 모두의 협조와 동참, 그리고 어떠한 고통도 나누어 가져야 한다는데 의견일치를 보았습니다. 지금도 결코 늦지 않았습니다. 전쟁의 잿더미 속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민족의 저력과 지혜를 다시 발휘한다면 지금의 어려움을 능히 극복해 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국민 모두가 다시 떨쳐일어나 허리띠를 졸라매고 경제회생을 위해 땀과 정성을 모은다면 우리는 반드시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 경제를 살리는데 우리 정치인들이 앞장 서겠습니다. 먼저 금년 정부예산에서 2조원을 삭감하고 소비를 줄이며 근검절약을 솔선수범 하겠습니다. 물가안정을 통하여 서민의 가계를 보호하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사치와 낭비를 억제하고 저축운동에 동참해 주실 것을 호소합니다. 기업인들은 불요불급한 경비를 줄이고 경영쇄신에 앞장서며 근로자의 고용안정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 주시기 바랍니다. 특히 산업활동의 주역인 근로자들은 당면한 어려움을 헤아려 품질향상과 생산성 제고에 땀을 쏟아 주시기 바랍니다. 지금 전국의 사업장에서 번지고 있는 노사화합의 분위기는 국민에게 경제회생의 서광을 비쳐주고 있습니다. 근로자와 기업인들은 노사화합과 협력만이 경제난 극복의 지름길이라는 인식아래 「노사화합선언」과 「노사 한마음운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신과 실천운동이 우리 경제를 되살리는데 큰 힘이 되리라 믿으며 국민 모두가 경제난극복의 주역이 되어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합니다. 국민 여러분, 여야는 지금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경제난과 위기가 본질적으로 국민들 사이에 만연된 불신풍조와 이로 인한 민심의 동요에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했습니다. 우리 정치인들이 여야를 초월하여 힘을 합치겠습니다. 나라와 경제를 살리기 위한 범국가적인 노력에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이고 애국적인 동참을 다시 한번 간절히 호소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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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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