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전자조달시대를 열며

정부는 정보화 기술을 행정에 적용하여 고객인 국민에게 보다 빠르고 편리한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고자 '전자정보 11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중 국가종합전자조달(G2B)사업은 2만7,000여 공공기관과 9만여 기업간에 이루어지는 구매결정, 입찰 및 대금지불까지 모든 계약과정을 인터넷에서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체 공공조달의 규모는 연간 67조원에 이른다. 이중 약 30%인 23조원을 집행하는 조달청은 G2B 이전에 이미 전자거래체계를 개발, 전체 거래의 88%를 전자적으로 처리하는 등 많은 성과를 거둔바 있다. 2001년 1월부터 시행한 전자입찰만 하더라도 2002년 9월 현재 840만명이 전자입찰에 참여하고 있고 1,600여 공공기관이 공동 활용하여 조달행정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그간의 전자조달 성과에도 불구하고 범정부적으로 볼 때는 공공입찰정보조차 기업에게 일괄제공하지 못하는 초기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이는 전자조달 사업이 일부 대규모 공공기관별로 추진되고 그나마 소규모 기관들은 전자적 처리수단조차 지니지 못하는데서 기인한다. 결국 기업입장에서 보면 공공조달정보를 접할 수 있는 단일창구가 없어 공공입찰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관보나 신문, 입찰정보지 등에 실리는 공고사항들을 꼼꼼히 찾아보아야 했다. 또한 입찰에 참여하려면 직접 관공서를 찾아 공무원과 대면해야 했으며 이 과정에서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이 야기되기도 했다. 공공기관의 입장에서도 입찰을 위한 업체정보를 따로 관리해 동일한 업무를 중복적으로 수행하는 행정적 낭비가 초래됐다. G2B사업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전체 공공조달 업무를 전자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통합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으로 지난해 7월부터 계획수립단계를 거쳐 올해 9월30일 본격 운영이 개시됐다. G2B시스템은 30여개 외부시스템과 네트워크로 연결된 매우 방대한 규모다. 이는 정부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를 국민에게 중복 징구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One-Stop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구축되어 있다.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종전 인감과 같은 효력의 전자서명을 6개 공인인증기관과 연계함으로써 온라인 거래의 안정성을 확보했고 행자부 민원서비스 혁신사업(G4C)과의 연계로 사업자등록증, 시ㆍ국세 완납증명서 제출을 폐지했다. 또한 6개 시설관련 협회와 연결해 업체평가를 위한 경영상태, 실적자료 등을 공유하고 있으며 11개 보증사와는 선금ㆍ입찰ㆍ계약ㆍ하자보증 등 각종 보증서를 전자적으로 처리하고 금융결제원과는 각 시중은행을 통한 계약대금의 전자이체가 이루어지도록 협력 약정이 체결됐다. 향후에도 전자결재 등 이용자의 편의증대를 위해 연계범위는 점차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이러한 G2B를 통해 공공기관이나 기업은 구매결정, 전자입찰, 전자계약, 전자지불 등 모든 조달절차를 인터넷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되며 목록시스템을 통한 물품규격정보, 조달관련 각종 법령정보 등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또한 대면거래에 따른 부정부패 가능성을 사전에 봉쇄함으로써 조달행정의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제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거래기업이 관청을 방문할 필요가 없어지고 구비서류가 대폭 감축되어 기업편의가 증대될 수 있다. 예컨대 종전 공사계약서 1건을 작성하려면 총 1,700여번의 도장을 찍어야 했었는데 이를 전자서명으로 처리하게 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G2B도입으로 절감되는 직ㆍ간접 비용은 연 3조2,000여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또 국내총생산(GDP) 545조원의 12% 수준인 거대조달시장의 전자상거래 확산은 민간 전자상거래의 발전을 선도해 국가 전체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궁극적으로 기업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정부의 이러한 노력은 국제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전자조달도입 등 조달행정개혁 성공사례'가 올해 12월 처음으로 시상하는 UN공공서비스상(PSA) 수상후보로 행정개혁시민연합에 의해 추천됐으며 UN사무국은 우리나라를 최상위 전자정부구현 17개국중 하나로 평가한 바 있다. 또 2003년 1월 세계은행(World Bank)에서, 그리고 5월에 제11차 반부패국제회의(IACC)에서 전자조달 사례발표가 예정되어 있다. 향후에 G2B가 모든 공공조달 차원에서 공공조달의 투명ㆍ공정성을 제고하는 당초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이용이 활성화되어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해 조달청은 시스템의 안정적 운영은 물론 이용홍보와 사용자 교육에 역점을 두어 추진할 계획이다. 또 상품, 업체, 가격정보 등 조달관련 컨텐츠를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장기적으로는 업무 프로세스 개선으로 조달업무에 있어 각종 기술평가, 가격산정 등 인위적인 판단영역을 축소해 이용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확대ㆍ발전시켜 나갈 예정이다. /권오규<조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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