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남의 잔치 구경 언제까지
최광 기자 chk0112@sed.co.kr
애플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새로운 아이팟 제품들을 공개했다. 이전 제품에 비해 디자인과 용량ㆍ재생시간 등 사소한 변화를 제외하면 새로울 것은 없었지만 세계 정보기술(IT) 업계의 눈은 샌프란시스코로 집중됐다. 애플이 무엇을 내놓을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국내 MP3플레이어 업계의 맏형 레인콤도 13일 1년 만에 새로운 제품을 내놓았지만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했다.
불과 1년 전으로 되돌아가보자. 지난해 레인콤은 투자자와 기자들을 대상으로 U10 제품 발표회를 진행했다. 말 그대로 입추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모인 사람들은 레인콤의 제품에 대해 호평을 늘어놓았다. U10은 제품 전면에 버튼을 없앤 디자인과 동영상 재생 등 강력한 기능을 내세워 레인콤의 명성을 이어가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시장은 냉정했다. 깔끔한 디자인과 뛰어난 기능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이 원인이었다. 당시 출시된 제품의 가격은 1GB짜리가 33만9,000원이었다. 이보다 조금 후에 출시된 애플의 아이팟나노가 4GB 용량에도 가격은 20만원대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격경쟁력에서 한참 뒤져 있던 셈이다. 애플이 세계적인 판매망을 가지고 있어 보다 저렴한 가격에 부품을 공급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시작부터 도저히 상대가 될 수 없는 싸움이었다.
하지만 MP3P산업에서는 신생 업체나 다름없는 샌디스크의 도약은 국내 업체들에도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메모리 생산 전문 업체로 뛰어난 원가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것은 무시할 수 없지만 후발 업체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전세계 소비자 가운데 절반은 애플의 아이팟을 쓰지만 그렇지 않은 소비자도 50%나 남아 있다.
국내 MP3P산업이 다시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틀을 과감히 깨뜨리는 새로운 제품을 내놓고 이를 효과적으로 알려야 한다. 더 이상 남의 잔치만 구경하면서 부러워하기보다는 남들보다 더 훌륭한 잔칫상을 차리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입력시간 : 2006/09/14 16: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