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5월 22일] 레드셔츠는 패배했나

태국 '레드셔츠'가 물러났다. 결사 항전을 외치던 시위 지도부는 항복했고 방콕 시내를 점거하던 시위대는 뿔뿔이 흩어졌다. 두 달 남짓 이어진 시위가 남긴 상처는 깊다. 1,700여명이 부상당했고 사망자만 70여명이 넘는다. 더 이상의 희생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다. 과격해진 레드셔츠들은 도심 게릴라로 변해가고 있고 근거지인 북동부 농촌 지역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민주당 정부는 "현장에서 시위대를 사살해도 좋다"며 강경 대응을 지시했다. 초기에는 이번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레드셔츠는 부패 정치인으로 낙인찍힌 탁신 친나왓 전 총리를 지지했고 아피싯 웨차치와 총리 또한 대화에 나서는 등 성숙한 면모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유혈사태로 악화되면서 분명해진 게 있다. 아피싯 총리는 민주주의를 담아낼 만한 역량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국민에게 총구를 겨누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사태를 2년 전과 비교하면 더욱 명확하다. 당시 시위를 벌인 '옐로셔츠'는 '레드셔츠'보다 훨씬 과격했다. 옐로셔츠는 정부 청사에 난입해 총리의 집무실 진입을 막았고 그것도 모자라 태국의 관문인 수완나폼 국제공항을 무단 점거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군부는 이번처럼 유혈 진압을 하지 않았고 이들을 방조했다. 주동자들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 레드셔츠의 대부분은 도시 빈민과 농민들이다. 옐로셔츠는 왕실ㆍ군부 등 엘리트와 중산층이 주축이며 국왕을 수호하자는 뜻에서 노란 옷을 입었다. 태국은 입헌군주제 국가다. 위기 때마다 나섰던 국왕은 이번에는 '침묵'으로 일관, 현 정부에 사실상 힘을 실어주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 발생한 일을 제한된 정보를 바탕으로 재단하는 데는 위험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역사가 말해주는 공통점은 있다. 국민을 함부로 죽인 정부가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를 말이다. 이는 30년 전 광주가 웅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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