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2년반만의 무역흑자(사설)

가라앉던 우리 경제에 모처럼의 희소식이다. 6월들어 무역흑자를 기록한 것이다. 2년반만이다.흑자액은 비록 1억달러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긴 적자행진 끝에 맛보는 것이어서 결코 가볍게 평가할 수 없다. 잔뜩 움츠러들었던 경기가 풀리는 신호로 받아들일만 하다. 통상산업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6월중 9천7백만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수출액도 1백23억달러로 사상최고치다. 반도체 석유화학 철강 등 주력 상품의 수출 신장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반면 소비재와 에너지 수입이 둔화됐기 때문이다. 이같은 추세라면 올해 무역수지 적자방어목표 1백40억달러 달성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 경제의 부침은 수출에 좌우돼 왔다. 수출이 잘되면 경기가 활황이고 수출이 어려워지면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서 위기로까지 몰린다. 이같은 수출 의존형 경제구조에서 수출이 풀리고 있으니 하반기부터는 경제가 되살아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된다. 수출뿐 아니라 물가 임금 금리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고 과소비 해외여행바람도 진정되고 있어 위기탈출 전망을 더욱 밝게 해준다. 그러나 불안요인이 널려 있어서 낙관만은 할 수없다. 6월 한달 무역흑자를 냈다고 해서 흑자기조의 정착으로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 우선 수출내용이 믿음직스럽지 못하다. 몇가지 큼직한 중화학제품이 주도했을 뿐 전반적으로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역시 선진국 시장의 벽을 깨지 못한 상태다. 저가 다량으로 후진국에서 벌어 선진국에 갖다 바치는 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는 기술력과 경쟁력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엔강세와 원절하의 덕을 보고 있을 뿐 근본적인 경쟁력 향상때문이 아니어서 언제든지 다시 주저앉을 수도있다. 수입증가세가 둔화되었다 하나 경기가 좋아지고 투자가 활발해지면 원자재 자본재 에너지 수입이 다시 크게 늘어날 것이다. 개방확대에 따라 농축수산물 수입도 늘어나게 마련이다. 특히 6월의 수출증가가 재고조정이나 포상을 노린 경쟁적 밀어내기 수출의 결과로 일시적 현상이라는 분석도 없지않다. 이같은 상황으로 보아 수출은 늘었으나 기업은 손해를 본 속빈강정일 수 있다. 적자수출은 반가울 것 없다. 내실 있는 수출에 눈을 돌려야 한다. 수입감축에 의한 흑자보다는 확대균형이 더 바람직하다. 수출 증가와 무역수지 흑자는 경제주체에 의욕과 희망의 불을 붙이는 효과가 적지않다. 다만 성급한 낙관에 휩쓸리기보다 국가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허리띠 졸라매기 거품 빼기 노력을 가속, 체질을 단단히 굳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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