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책과 세상] 中대표 문인들 치열한 삶, 인생의 좌표를 제시하다

■중국문인열전(류샤오촨 지음, 북스넛 펴냄)<br>이백·유영·도연명·루쉰등 18명, 시대의 고민·성찰 생생하게 전달

중국의 문인들은 탁월한 문학적 재능을 발산함으로써 동시대를 사는 민중들의 열망을 대변 했으며 때로는 깊은 시름을 달래곤 했다. 자연을 벗하며 자연 속에서 현실의 이상 정치 실현을 꿈꿨던 중국 문인들의 시를 통해 그들이 후대에 남기고자 했던 메시지를 만날 수 있다. 그림은 세상을 걱정하는 문인(선비)의 마음을 신선에 빗대 그린 겸재 정선의 ‘사공도시품첩’


21세기는 '뉴 밀레니엄 시대'라는 장밋빛 레토릭과 함께 찾아왔지만 절제의 미덕을 잊고 솟구쳐 오르기만 하던 인간의 욕망은 결국 글로벌 경제 위기를 낳았다. 또 물질적인 풍요를 얻는 대신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면서 현대인은 삶의 의미와 목적을 잃어가고 있다. 진지한 사유와 순결한 탐구가 점점 사라지는 요즘, 그래서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열정을 향한 갈증은 깊어만 간다. 중국 역사연구가인 류샤오촨(劉小川)은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시간의 수레바퀴를 수천 년 뒤로 돌려 중국을 대표하는 문인들의 삶을 맞닥뜨렸다. 기원 전 3세기 초나라 이상정치의 실현을 위해 멱라강에 몸을 던진 굴원부터 20세기 초 중국인의 의식 개혁에 앞장선 루쉰까지 파란만장한 생을 살다간 중국의 대표 문인 18명이 남긴 삶의 흔적을 되짚으며 후대에 남기고자 했던 메시지를 찾아나선 것이다. 탁월한 재능을 지녔지만 그것을 발휘할 기회를 얻지 못해 유랑과 광기로 세월을 보낸 이백(李白), 인생을 돌고 도는 물레방아 정도로 여기며 방랑을 멈추지 않았던 유영(柳永), 가난을 맑은 삶의 좌표로 삼았던 도연명(陶淵明) 등이 시를 통해 남긴 시대에 대한 뜨거운 고민,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 등이 오랜 세월을 넘어 생생하게 다가온다. 이처럼 중국의 문인들은 탁월한 문학적 재능을 발산함으로써 동시대를 사는 민중들의 열망을 대변했으며 때로는 깊은 시름을 달래주곤 했다. 그래서 중국 문인들은 대부분 정치가인 동시에 인간은 자연의 일부일 뿐이라는 철학을 겸허히 받아들인 생태주의자이기도 했다. 중국 최고의 시인으로 '시선(詩仙)'이라는 별칭까지 얻은 이백은 자신의 재능에 기대어 속세의 입신양명을 노렸지만 끝내 꿈을 이루지 못하고 유랑의 세월을 보냈고 그의 유랑은 마침내 광기 어린 삶으로 이어졌다. 이백이 개인적인 욕망과 현실의 벽 사이에서 피를 토하며 쏟아낸 시가 바로 '행로난(行路難)'이다. '황하를 건너자니 얼음물로 막히었고/ 태항을 오르자니 설산이 가로막네/ 아서라, 한가로이 벽계수에 낚시하고/ 배를 타고 해를 도는 꿈이나 꾸어 볼까/ 인생 길 인생 길 정말로 어려워라/ 이 길 저 길 많은 길, 내 갈 길 어디인가' 오늘날 중국 최고의 역사가로 칭송되는 사마천의 역작 '사기(史記)'는 그가 장군 이릉을 변호하다 한 무제의 분노를 사 궁형(남자의 생식기를 물리적으로 제거하는 형벌)을 당하면서 겪은 치욕과 고통을 글로 승화시킨 것이다. 온유했던 그의 문장은 궁형을 받은 후 치열한 핏빛을 띠게 됐고 '사기'를 채운 민중적 가치관과 전투성도 부당한 절대 권력에 대한 그의 분노를 웅변해준다. 사마천은 '사람은 누구나 한 번은 죽지만/ 때로 어떤 죽음은 태산보다 무겁고/ 때로 어떤 죽음은 깃털보다 가볍다'는 시를 통해 결연한 의지를 표현했다. 저자는 눈부신 글로 승화된 중국 문인들의 치열한 생애를 시를 통해 반추함으로써 그 동안 우리가 잊고 지냈던 열정과 고뇌, 진정한 '사람다움'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가질 것을 제안한다. 그는 "과거를 살다간 문인들이지만 오늘날 우리의 초상과 너무도 닮은 그들을 발견하게 된다"며 "욕망과 현실 사이에서 환호하고 갈등하는 삶을 이어가며 질곡의 세월을 투명하게 반영한 중국 문인들의 시와 문장은 현대인들에게 숙연한 삶의 메시지로 다가온다"고 말한다. 3만 3,000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