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치의 경제 망치기(사설)

경제가 병들고 있다. 경제가 총체적 난국으로 더욱 깊이 빠져들고 있다.대기업의 잇단 부도와 금융부실화로 금융경색이 심화되고 있으나 정부가 나 몰라라 무대책으로 손놓고 있는 때에 신한국당이 기업 비자금을 폭로, 경제주체인 기업의 경영의욕에 찬물을 끼얹어 경제가 또 한번 난기류에 휩쓸렸다. 정치불신 경제불안이 가속되면서 바닥경기의 탈출로마저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정권말기 현상인 정부 통제기능의 약화에 따른 위기관리 능력과 정책부재에 비자금을 둘러싼 살벌한 정치공방으로 경제가 회생불능의 마비상태에 빠지지 않을까 두렵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는 기아사태의 장기화로 혼미를 거듭해오고 있다. 대기업부도 금융부실화로 빚어진 금융경색이 유례없이 심각한 상황이다. 금리가 치솟고 있다. 회사채 수익률이 연 12.60%까지 급등하고 양도성 예금증서의 유통수익률도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자금난이 극심해서 어음부도율이 하루 단위로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기업도 사채 얻어쓰기가 힘들 정도다. 증시의 종합주가지수가 6백선을 위협받고 있다. 실업이 늘고 취업난이 사회불안으로 이어질 조짐이다. 수출이 는다고는 하나 채산성의 악화로 수출을 해서 득이 될게 없다. 금융경색은 실물경제를 얼어 붙게 만들어 위기를 가속시킬 것이다. 10월 금융대란설이 수그러들줄 모를 정도다. 그런데도 정부는 무책이다. 위기를 방치한채 시장 경제논리를 되풀이 주장하면서 기아사태는 해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여기에 신한국당의 기업체 실명까지 거론한 비자금 폭로는 설상가상이다. 기업은 경제의 큰 주체다. 기업이 흔들리면 경영의욕이 식고 경제가 흔들리게 마련이다. 국내외로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체질을 강화하고 경제 살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때에 냉수를 끼얹은 꼴이다. 경제가 어려운때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흔들어야 되겠느냐는 재계의 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가시가 들어 있게 들린다. 기업이 정치인 비자금 「유탄」을 맞은 것이 한두번은 아니지만 내우외환이 과거보다 극심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전직대통령 비자금에 연루된 기업인이 특별사면된지가 엊그제다. 특별사면의 논리는 경제살리기와 기업의 대외경영 활동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 였다. 그런지 얼마 안돼 다시 기업의 대외이미지를 실추시켰다. 이번 다시 정치권 비자금 파문으로 우리나라가 「비자금 왕국」으로 또 부패 국가의 오명을 뒤집어 쓰게 됐다. 비자금에서 정치인 기업인 누구나 자유스러울 수 없는 실정이고 보면 기업인의 대내외 기업활동이 위축될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정치권 스스로도 「오물」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신인도 추락도 불을 보듯 하다. 신인도 추락은 해외자금 조달과 경영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게 뻔하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해외자금 조달이 더 어려워지고 가산금리도 오를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같은 국제 사회에서 따돌림받고 규제의 벽도 높아질 것이다. 우리 기업의 해외 투자가 위축되는 반면 외국인의 국내 투자가 줄고 자금 유출도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 그런가 하면 한국기업의 해외 탈출을 자극하는 역효과도 나타날 수 있다. 대통령 후보들은 제 가끔 경제회생을 공약하고 경제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행동으로는 경제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정치안정없이 경제안정은 없다. 경제를 나쁘게 만들고 집권에 성공할 수도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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