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아해결 더 늦출수 없다/시간끌면 경제 “회복불능”

◎종금·협력사 등 파산 눈앞/금융시장 혼란·대외신용도도 추락/정부·기아 모두 대국적 결단 내릴때기아사태가 가능한 한 최단시일 내에 매듭지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시간을 끌수록 기아파동으로 그동안 멍들었던 한국경제가 치명타를 입게 됨은 물론 기아도 회생불능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25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 7월14일 기아그룹이 부도유예협약 대상으로 지정된 후 2개월 동안 수출증가, 재고감소 등 뚜렷한 회복기미를 보이던 경제가 다시 침체국면으로 빠져 앞이 안 보이게 됐음은 물론 대외신용도도 추락, 외환위기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또 각급 금융기관이 기아에 돈이 잠겨 사실상 파산상태에 몰렸고 기아 계열사와 협력업체가 입은 피해는 사상 최대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관련기사 4면> 당사자인 기아자동차는 시장점유율이 연초의 35% 수준에서 최근 30% 아래로 떨어졌고 승용차부문으로 한정할 경우 같은 기간 32% 안팎에서 25% 수준으로 급락, 이같은 상태가 계속되면 고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기아자동차 협력업체들은 피할 길 없는 연쇄부도의 회오리에 휘말렸다. 부도유예가 계속됨에 따라 아직은 부도업체수가 10여개에 머물고 있지만 지난 22일 기아자동차 등 4개사의 화의신청을 계기로 기아어음의 할인이 전면중단되면서 연쇄부도가 현실화되고 있다. 금융계의 피해도 심각하다. 기아그룹에 3조8천억원 규모의 여신을 제공한 종금사들은 기아가 법정관리상태가 될 경우 최소 10여개사가 파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은행권의 피해도 심각해 일부 은행은 1조원 이상의 적자가 불가피하다. 금융시장도 위기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3년 만기 회사채유통수익률은 지난 7월14일 연11.87%에서 지난 24일 연12.42%로 급등했고 종합주가지수는 같은 기간 7백64.45포인트에서 25일 현재 6백47.00포인트로 1백16.5포인트 이상 급락했다. 금융기관이나 기업들의 외화차입은 이미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차입금리가 치솟았고 한국물을 인수하려는 외국금융기관도 자취를 감춘 상태다. 대표적인 한국물인 삼성전관의 전환사채 가격은 지난 7월15일 1백7달러에서 지난 24일 97.50달러로 급락했다. 달러부족현상이 심화되면서 원화의 대미달러환율도 지난 7월14일 달러당 8백90원이었지만 25일에는 달러당 9백13원70전으로 급등했다. 수출상품의 경쟁력이 향상된 것은 사실이지만 거꾸로 달러표시 외화차입이 많은 기업들은 수백억원대의 환차손을 입고 있는 형편이다. 이처럼 기아그룹은 물론 금융계 전체가 큰 후유증을 앓고 있는 가운데 금융계는 이제 『기아사태로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하다간 국민경제도 파산하고 기아도 망한다』며 『문제는 시간』이라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하루빨리 분명한 길을 제시해야만 충격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정부와 기아그룹이 대립하는 양상이 길어질 수록 한국기업의 신인도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주게 된다는 지적이다. 기아든 채권금융기관이든 최고경영진의 사퇴, 감원, 부실여신 증가 등 대가를 치를 준비를 해야 할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기아사태를 계기로 부실기업 처리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손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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