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물가안정위해 韓銀 독립성 중요"

정운찬 교수 "정부 경기부양위해 금리인하 압박 징후 우려"<br>전체 유동성 늘어 금리 내려도 효과 기대 어려워<br>자산준비제등 새로운 신용 조절 수단 도입 필요

한국은행이 물가안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의 금리 인하 압력을 극복하고 독립성을 지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자산준비제도’ 등 금리 이외의 새로운 신용 조절 수단을 확보, 효과적인 통화정책 수행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새 정부 출범 이후 정책금리 인하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지만 현 상태에서 기준금리를 내려도 실물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18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한국경제학회 주체로 열린 정책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물가’와 ‘금융 안정’을 화두로 정부에 이 같은 내용의 정책 제언을 내놓았다. ◇중앙은행, 물가안정 달성 위해서는 독립성 확보돼야=정운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날 세미나에 앞서 배포한 ‘금융환경 변화와 중앙은행의 역할’이라는 제목의 기조연설문을 통해 통화정책의 유일한 목표는 ‘물가안정’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를 위해서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점증하고 있는 금리 인하 요구와 관련, “물가안정을 추구하는 한은에 대해 경기부양을 위해 새 정부가 금리 인하정책을 펼칠 것을 압박하는 징후가 발견된다”며 “한은의 독립성 면에서 이 같은 움직임이 매우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치인들은 통화정책이 어느 정도 인플레이션 비용을 치르더라도 단기적인 경기부양 효과를 내는 방향으로 운용되기를 바란다”며 “그러나 한은이 정부의 경제정책과 조화를 이루는 범위는 물가안정을 저해하지 않는 정도여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와 함께 정부의 정책금리 인하 욕구와 달리 현 상태에서 기준금리를 내려도 실물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성근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책 당국이 지난 2005년 하반기 이후 몇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전체 유동성은 축소되기보다 확대됐고 실물경제와 밀접한 관련을 갖는 시장금리도 당국의 단기금리정책에 거의 반응을 하지 않는 등 금리정책이 실질적으로 무력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만성적인 과잉 유동성 문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한은이 본연의 임무인 유동성 관리에만 전념하도록 하고 외환시장 안정화에 드는 비용과 외환보유액 관리는 정부의 책임하에 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앙은행, 새로운 ‘신용 조절 수단’ 확보” 지적도=중앙은행에 새로운 신용 조절 수단을 부여, 원활한 통화정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함정호 S&R경제경영연구원장은 ‘금융환경 변화와 금융안정’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지나치게 낮은 물가안정 목표는 낮은 명목금리를 가져오고 이는 자산 가격의 급등을 조장해 거품이 빠질 때 심각한 경제적 해악을 초래하는 근원적인 환경을 만든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자산 가격 거품은 반드시 붕괴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통화정책적 대응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함 원장은 “따라서 통화정책 운용에서 물가 목표와 정책금리 수준을 지나치게 낮게 설정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특히 일반 물가가 안정돼 있는 경우 중앙은행이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선제적으로 올리는 게 어려운 만큼 신용 총량을 적절하게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수단을 중앙은행이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앙은행이 금리 이외의 신용 조절 수단을 확보하지 못하면 통화정책을 수행하기 어렵다”며 “은행 예금부채에만 지급준비금을 부과하는 현행 예금지준제도와 달리 모든 금융기관의 자산에 대해 준비금을 부과하는 ‘자산준비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중앙은행이 주택 등 자산 가격의 특정 수준을 겨냥해 금리정책을 운용할 경우 인플레이션과 실물경제의 변동성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분석 결과도 나왔다. 김양우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 부원장과 우준명 통화연구실 과장은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자산 가격을 감안한 광의의 물가지수(DFI)를 시산해 통화정책 운용상 활용 가능성을 검토한 결과 (금리정책이) 물가와 함께 직접 주택 가격을 목표로 하는 경우 인플레이션과 실물경제 변동성을 심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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