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5월 31일] '투기성' 지나친 스팩 투자

기업인수목적회사(SPACㆍ스팩)가 증시에 상장되기 전인 올 초 A스팩의 대표에게 물었다. 스팩이 인수합병(M&A)에 성공했을 때 주주들은 얼마 정도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냐는 질문이었다. "100% 이상도 가능하겠죠"라는 말에 그는 오히려 깜짝 놀란 모습이었다. "가능하지 않다고 할 수는 없지만 기대가 너무 크다. 20~30% 정도면 충분하지 않겠냐"는 대답이었다. 스팩의 주주는 원금 손실가능성도 없는데 1년에 수익률 30%를 올린다면 대단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기자가 가졌던 기대를 일반 개인투자자들도 가졌던 모양이다. 스팩이 실제 증시에 상장되고 나서 주가가 연일 급등을 하더니 본래 공모가의 2~3배까지 올랐던 것이다. 100~200%의 수익률을 낼 수 없는 구조인데 주가가 높다는 것은 결국 주주가 손해를 보든지 아니면 원래 목적인 M&A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다시 통화한 A사 대표는 오히려 큰일이라고 말했다. 시장의 기대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역시 스팩에 대한 열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지난 3월 말 주가가 정점을 찍은 후 하락하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공모가에도 미지치 못하는 스팩도 출현했다. 업계에서는 M&A 전까지는 페이퍼컴퍼니(서류상의 회사)에 불과한 스팩은 공모가 수준에 머무는 것이 합리적이고 당연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M&A가 가시화될 때에야 주가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스팩에 대한 투기성 기대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이는 합병대상 지배주주의 지분매각 제한규정이 폐지된다는 소식에 지난주 주가가 다시 급등했다. '스팩주가 부활한다'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이튿날 다시 급락하며 원위치로 돌아갔다. 증권업계에서는 규제 폐지가 당연히 추진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하루 늦게야 일부 투자자의 생각에까지 미친 모양이었다. 스팩의 주가가 급락했다고 모두 돈을 잃은 것은 아니다. 당연히 번 사람도 있을 것이다. 스팩은 M&A시장을 활성화하고 투자자에게 새로운 투자기회를 주는 나쁘지 않은 상품이다. 다만 국내에 처음 소개된 신상품인 만큼 투자에 신중에 신중을 기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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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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