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은 결국 읽기 위한 것입니다. 읽기 쉬운 판결문을 쓰지 않으면 아무리 명문장이라도 당사자를 설득시킬 수 없습니다.”
현직 지방법원 부장판사가 난해하고 정형화된 기존 판결문 작성방식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원범(사법연수원 30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는 ‘일반 국민이 법관의 판결 결론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판결문을 쓰자’는 내용의 논문을 최근 법률신문에 기고했다.
‘민사판결서 작성방식의 현황과 개선 방향’이라는 소논문에서 이 판사는 “종래 판결서는 ‘법관의 분신’ ‘법관의 전인격적 표현’으로 일컬어졌지만 쟁점이 표류된 채 형식적 변론을 거쳐 작성된 판결문은 아무리 명문이라도 당사자를 설득시킬 수 없다”며 장황한 문체와 어려운 용어 일색의 판결문 작성 관행의 개선을 역설했다.
예를 들어 사위는 거짓, 쌍방은 양쪽, 저촉되다는 어긋나다, 첨부하다는 붙이다, 판단 유탈은 판단 누락 등으로 써야 한다는 것이다.
또 “주어와 서술어가 2개를 넘지 않도록 한 문장을 구성하고 인정사실을 열거할 때 ∼라는 사실, ~라는 사실처럼 장문식 나열이나 ∼하고, ∼하며의 문장연결은 피하고 단문으로 구성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이 판사는 주장했다.
이 판사는 현행 판결문 체계가 ‘기초사실→당사자 주장→법원의 판단’ 형태로 정형화되는 것은 법관의 창의적 발상을 가로막을 수 있는 만큼 주요 쟁점 위주로 판결문을 작성하고 이해를 돕기 위해 도표ㆍ수식의 활용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 판사는 “그동안 법원은 판결문 작성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법관이나 국민 모두에게 현실성 있게 다가서지 못했다”며 “읽기 쉬운 판결문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법의 최종 수요자인 국민의 입장에 대한 배려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