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판결문 좀 쉽게 씁시다"

■현직 부장판사 기고<br>"명문장도 어려우면 당사자 설득 못시켜"

“판결문은 결국 읽기 위한 것입니다. 읽기 쉬운 판결문을 쓰지 않으면 아무리 명문장이라도 당사자를 설득시킬 수 없습니다.” 현직 지방법원 부장판사가 난해하고 정형화된 기존 판결문 작성방식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원범(사법연수원 30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는 ‘일반 국민이 법관의 판결 결론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판결문을 쓰자’는 내용의 논문을 최근 법률신문에 기고했다. ‘민사판결서 작성방식의 현황과 개선 방향’이라는 소논문에서 이 판사는 “종래 판결서는 ‘법관의 분신’ ‘법관의 전인격적 표현’으로 일컬어졌지만 쟁점이 표류된 채 형식적 변론을 거쳐 작성된 판결문은 아무리 명문이라도 당사자를 설득시킬 수 없다”며 장황한 문체와 어려운 용어 일색의 판결문 작성 관행의 개선을 역설했다. 예를 들어 사위는 거짓, 쌍방은 양쪽, 저촉되다는 어긋나다, 첨부하다는 붙이다, 판단 유탈은 판단 누락 등으로 써야 한다는 것이다. 또 “주어와 서술어가 2개를 넘지 않도록 한 문장을 구성하고 인정사실을 열거할 때 ∼라는 사실, ~라는 사실처럼 장문식 나열이나 ∼하고, ∼하며의 문장연결은 피하고 단문으로 구성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이 판사는 주장했다. 이 판사는 현행 판결문 체계가 ‘기초사실→당사자 주장→법원의 판단’ 형태로 정형화되는 것은 법관의 창의적 발상을 가로막을 수 있는 만큼 주요 쟁점 위주로 판결문을 작성하고 이해를 돕기 위해 도표ㆍ수식의 활용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 판사는 “그동안 법원은 판결문 작성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법관이나 국민 모두에게 현실성 있게 다가서지 못했다”며 “읽기 쉬운 판결문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법의 최종 수요자인 국민의 입장에 대한 배려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