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도이치증권, 단순 수탁 아닌 '공모 행위' 드러나

'옵션쇼크' 도이치證에 제재금 10억'<br>도이체방크 448억 부당이득 취득 깊이 관여<br>"제재금 적다" 지적에 KRX "상한선 상향 검토"


한국거래소(KRX)가 한국 도이치증권에 역사상 최고 수준의 회원 제재를 가한 이유는 도이치증권이 시세조종 혐의를 받고 있는 도이체방크의 창구로만 이용된 것이 아니라 '공모 행위'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25일 KRX에 따르면 한국 도이치증권은 11.11 옵션 사태를 통해 도이체방크가 448억원 규모의 부당 이득을 취하는 데 깊이 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한국 도이치증권은 도이체방크 홍콩지점이 풋옵션을 대량으로 매수한 후 현물 주식을 대량 매도(총 2조4,353억원어치)하는 주문을 수탁해 실행하며 지수가 급락했고 결국 도이체방크가 거액의 부당 이득을 취하는 데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철재 KRX 시장감시위원회 상무는 "한국 도이치증권은 옵션 만기일 종가결정시간에 도이체방크가 대량의 매도 주문을 제출할 예정이라는 정보를 사전에 인지하는 등 이상거래의 징후를 알고 있었지만 KRX에 보고하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한국 도이치증권이 단순히 수탁업무만 대행한 것이 아니라 불법행위에 직접 관여했다는 점이다. 당시 한국 도이치증권은 자기 상품 계좌를 통해 SK텔레콤과 KT 보통주 2개 종목을 7~8차례에 걸쳐 매도했다. 도이체방크 홍콩지점이 주도한 차익 거래 중 현물 매도물인 코스피200종목이 모자라자 한국 도이치증권이 대신 팔아준 것이다. 프로그램매매 보고의무도 위반했다. 한국 도이치증권은 사건 당일 종가결정시간대에 대량의 프로그램매매 매도주문을 제출할 예정이라는 사실을 오후2시25분 인지해 보고 시한인 오후2시45분까지 충분히 보고를 할 수 있었지만 1분을 넘긴 오후2시46분에 신고했다. 보고시한 후 다른 증권사들이 이 매매에 관여할 수 없다는 점을 이용한 의도적 행위로 충분히 의심받을 만하다. 또 일일지수 차익거래잔액 현황에 '주식+주가지수옵션(합성선물)'로 구성된 차익거래를 '주식+선물'로 보고해 시장에 혼란을 가져왔다. KRX 역사상 최대 제재 규모라고는 하지만 500억원에 육박하는 부당 이익을 낸 것을 감안하면 10억원의 제재금이 너무 적다는 비판도 있다. 이에 대해 이 상무는 "올해 안에 회원 제재금 상한선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부당이득에 대한 비율을 만들거나 상한선 절대금액을 높이는 등 개선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옵션 폭탄을 맞은 와이즈에셋운용의 위험을 관리하지 않은 하나대투증권은 회원경고 조치를 받았다. 하나대투증권은 고객사인 와이즈에셋운용이 전날 풋옵션을 매도한 부분에 대한 사후위탁증거금 760억원을 사건 당일 오전10시까지 징수해야 함에도 이를 받지 않았다. 결국 와이즈에셋운용은 옵션 쇼크로 89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KRX 감리부의 한 관계자는 "기업의 신용도와 옵션 만기일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사후위탁증거금을 제대로 받았어야 했는데 하나대투증권이 위험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23일 한국 도이치증권에 대해 6개월 일부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고 불공정거래 혐의를 적용해 도이체방크 계열사 직원 5명과 함께 검찰에 고발했다. 향후 부당이득의 환수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초미의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옵션쇼크'는 옵션만기일이던 지난해 11월11일 도이치증권 창구로 2조원이 넘는 외국계의 매도 주문이 쏟아지면서 코스피지수가 53포인트나 급락한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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