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한중일 바둑 영웅전] 장기전 돌입

제2보(14∼26)



백14에서 20까지는 고수들 사이에서 신정석으로 인식된 수순이다. 수순마다 여러 갈래의 변화를 내포하고 있지만 우선은 이 수순을 외워 두는 것이 좋을 듯하다. 흑은 선수로 상당한 실리를 확보했다. 우상귀에 20집의 착실한 실리가 생겼다. 한편 백은 아주 그럴듯한 외세의 기틀을 마련했다.

"쌍방이 불만 없는 절충인데요. 프로기사들의 여론을 들어보면 백이 좀더 그럴듯하다는 견해가 많습니다."(홍민표7단)

계속해서 흑21로 갈라친 데까지는 필연이다. 이 갈라침을 게을리했다가 이 방면에 백돌이 놓이게 되면 백의 진용이 입체적으로 부풀 것이다. 흑21의 갈라침에 대하여 백이 어느쪽에서 압박을 가해야 할까. 청소년 기사들은 즉시 백22의 방향이 정답이라고 대답한다.


"그게 왜 그렇지? 절대적인 이유라도 있는 건가?"(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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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을 통해서 얻어진 결론이지요. 그리고 연구회 같은 데서 저절로 결론이 나오지요."(홍민표)

실전과 반대편에서, 그러니까 참고도1의 백1로 다가선다면 어떤 진행이 되는 것일까. 흑은 2에서 8까지로 두어나가게 되고 백은 9로 상변을 벌리는 바둑이 된다. 이 진행은 상변의 백도 다소 허약하고 좌변의 백진도 아직 불확실해서 백이 내키지 않는 그림이다.

흑25까지는 이렇게 되는 자리인데 그 다음이 어렵다. 강동윤은 여기서 10분 가깝게 시간을 썼다. 기세상으로는 참고도2의 백1에 쳐들어가고 싶은데 과연 그것이 최선인지 얼른 결론이 나오지 않는다. 대략 백5까지가 예상되는데 이 코스 역시 백이 좀 엷은 것 같다.

강동윤의 선택은 실전보의 백26이었다. 장기전으로 가겠다는 선언이었다. 싸우지 않고 집으로 승부하는 길. 상대인 이창호가 지난 20년 동안 선호해온 바로 그 길을 강동윤이 선택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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