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의동 코스닥 위원장

"코스닥 질적 성장 위해 힘쏟을 것"대담 : 김희중 증권부장 jjkim@sed.co.kr "코스닥시장이 그동안 양적 성장의 시대였다면 이제는 질적인 발전에 주력할 때입니다. 정부의 벤처육성책과 나스닥시장의 벤처붐이 맞물리면서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급성장을 했지만 주가조작, 거래의 불투명성 등 적지않은 후유증을 겪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질적인 발전의 일환으로 코스닥에 신규등록할 때 공모가 산정 방식을 보다 합리화하고 부도 등 부실기업은 유예없이 즉시 퇴출시키는 등 퇴출제도를 전면 쇄신하겠습니다" 정의동 코스닥위원회 위원장은 코스닥시장이 양적 팽창을 거듭하며 벤처기업의 자금줄 역할을 톡톡히 해왔지만 그동안 시장제도미비, 부도덕한 일부 벤처기업인의 머니게임 등으로 성장통(成長痛) 을 겪어왔다며 앞으로 질적성장에 주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그러나 벤처붐 초기였던 지난 99년과 달리 등록심사의 질적요건이 정비되고 조만간 퇴출제도도 강화할 예정으로 있어 코스닥시장이 건전하고 투명한 시장으로서 한단계 도약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 위원장은 또 시장의 안정성을 위해 기관투자가와 외국인의 참여 확대가 필수적이라면서 이의 일환으로 외국인 투자가들이 요구하는 결제안정기금을 꾸준히 적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코스닥시장이 투자자들에게 실제 이상으로 불투명하고 불공정한 시장으로 낙인이 찍혀있는 것 같다며 지난해 9월 최신식 주가감시시스템 도입 등 꾸준한 시장감시와 제도개선으로 투명성과 공정성이 제고되고 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코스닥시장은 최근 등록기업수에서 거래소시장을 추월할 정도로 급팽창했습니다. 지난 5년간의 성적을 매기신다면…. ▲ 정부의 벤처육성 정책과 미국 나스닥시장의 활황에 힘입어 지난 96년 개설 이래 사상 유례없는 고속성장을 했습니다. 지난 96년 당시 331개사였던 등록기업은 5년만에 두배이상 증가해 11월말 현재 689개를 기록하고 있으며 등록심사 대기업체수도 80개 이상으로 더욱 몸집이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코스닥시장은 벤처자금 공급의 산실로서 확고히 자리를 잡았으며 앞으로 21세기 디지털 경제시대에 지식기반산업의 견인차적 역할을 수행할 것입니다. -코스닥시장은 몸집은 커졌지만 주가조작이 횡행하는 등 질적으로 많은 문제를 안고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 지난 99년 코스닥시장 활황과 벤처투자열풍을 타고 일부 시장참여자들이 머니게임에 치중함으로써 주가조작, 내부자거래 등을 일삼으며 시장 건전성을 해치고 있습니다. 이제는 질적성장이 급선무입니다. 이를 위해 공시제도강화, 종합감리시스템 및 뉴스ㆍ풍문에 대한 자동검색시스템을 가동하고 있습니다. 사실 모든 코스닥시장의 불공정거래는 주가감시시스템에 즉시 포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현ㆍ선물 연계감리 프로그램 개발, 자동추적시스템 도입 등을 통해 시장 건전화에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코스닥기업은 벤처기업의 속성상 주가 변동성이 크고 규모가 작아 주가조작의 쉬운 타깃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투자자들에게 코스닥시장이 터무니없이 불공정시장의 대명사로 오인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일례로 대표적인 주가 조작사례인 '이용호게이트'에 관련된 기업은 모두 상장기업인데 언론이나 투자자들이 코스닥시장의 불공정성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코스닥시장에 등록된 기업들의 주가를 보면 너무 과대포장돼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부 기업은 매출보다 시가총액이 더 많은데 뭔가 잘못된 게 아닙니까. ▲ 시장가격은 관리자(코스닥위원회)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대목이 아닙니다. 다만 이같이 주가가 터무니없이 높아지는 것은 발행시장 단계부터 공모가가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되고 것도 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등록 당시 공모가가 워낙 높게 매겨진 것도 코스닥지수 폭락을 부추긴게 사실입니다. 적정가치에 맞지 않게 높게 산정되다 보니 시장에 등록된 후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지요. 합리적이고 공정한 공모가 산정 방식을 도입하기 위해 증권학회에 용역을 준 상태입니다. -신규 등록심사가 밀실에서 비공개로 진행돼 투명성과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소리도 많습니다. ▲ 코스닥시장 등록여부가 등록신청기업이나 투자자들에게 워낙 민감한 사항이다 보니 시장에서 그런 소리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러나 코스닥위원회 위원은 해당기업을 심사할 때 지분보유 등 이해관계가 있으면 심사위원회에서 자동적으로 빠집니다. 이해관계가 개입될 소지가 원천적으로 없는 셈이지요. 올해는 공정하고 투명한 등록심사를 위해 질적 심사요건을 객관화, 구체화해 질적심사 기준표를 만들어 심사하고 있습니다. 또한 해당기업의 기술력을 공정하게 평가하기위해 기술 전문 평가기관을 지정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선진 자본시장인 미국처럼 신규등록과정에서 주간사의 책임과 권한을 강화해야 합니다. 코스닥위원회는 제대로 등록절차를 이행하는지 형식적 요건만 간여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아직 우리는 현재 자본시장 성숙도가 다소 낮은 점을 감안해 질적요건에 대한 심사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요즘 벤처기업 대표들을 만나보면 코스닥시장에서 '옥석'이 구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썩은 기업과 우량기업을 가려낼 방법이 없겠습니까. ▲ 코스닥위원회가 인위적으로 옥석을 가릴 수는 없습니다. 다만 신규 등록심사를 할 때 기술성과 사업모델을 검토해 시장에 등록된 이후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지의 '계속기업'으로서의 가능성을 중요한 잣대로 삼고 있습니다. -코스닥위원회를 비롯해 당국이 퇴출에 부심하고 있는 것도 부실ㆍ사이비 벤처를 가려내지 못했기 때문이 아닙니까. 금명간 퇴출제도에 관한 최종안이 나온다고 하는데 벌써부터 실효성에 의문이 많다는 얘기들이 들립니다. ▲ 코스닥시장은 이미 지난 99년말 퇴출규정을 강화해 2000년에 14개 기업을 퇴출시킨 바 있습니다. 이번 개정안의 골자는 부실기업을 유예조치없이 즉시 퇴출시키고, 퇴출되더라도 조건이 충족되면 언제든지 시장에 재진입할 수 있도록 해 시장을 건전하게 하면서도 유연한 조직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코스닥시장은 벤처기업 육성의 속성상 진입측면에서 거래소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용이한 만큼 퇴출도 쉬워야 합니다. 새 피가 계속 들어오게 하되 썩은 피는 빨리 뽑아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부도나 자본전액잠식기업 등 경영실패기업은 유예조치없이 바로 퇴출시킬 계획입니다. 이밖에 거래실적 및 분산요건을 강화해 시장의 유동성을 강화하고 불성실 공시에 대한 제재를 한층 강화해 시장의 투명성을 높일 생각입니다. -코스닥위원회가 그리는 코스닥시장의 미래의 모습일까요. ▲ 코스닥시장은 단기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많은 성장통을 겪고 있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벤처기업 중심의 신시장으로서 지식정보산업 및 벤처기업 산실로 거듭나기 위한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시장관리자는 시장의 방향을 설정하는 중대한 책무를 맡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기업은 주가가 상승하고 안정성장의 기반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하는 반면, 그렇지 못한 기업은 시장의 자율적 기능에 의해 퇴출되는 여건을 만드는 것입니다. 한때 국내 최고를 자랑하던 남대문시장이 최근엔 동대문시장에 자리를 내준 것도 방향 설정이 잘못됐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정리=이병관기자 사진=김동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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