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동십자각] 세밑의 빛과 그림자

가는 천년과 오는 천년을 맞아 사회분위기가 온통 들떠 있다.해돋이명소는 이미 예약이 동난지 오래됐고, 동남아 등 따뜻한 남쪽나라로 가는 비행기좌석은 연일 미어터질 지경이다. 시내 호텔 연회장 잡기는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고, 스키장을 찾는 인파로 주말 고속도로는 북새통이다. 스키장이 달린 콘도의 하룻밤 방값이용권이 50만원을 넘는 고가에 거래되고 있으며, 한겨울인데도 휴일 골프장 예약권은 100만원까지 호가한다고 한다. 외환위기가 사실상 마무리된데다 주가상승으로 돈방석에 앉은 일부 계층들은 연일 「부어라 마셔라」 야단들이다.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로 억눌렸던 소비심리가 대폭발하는 듯한 느낌이다. 가는 천년을 되돌아보고 오는 천년을 맞아 차분히 계획을 짜기보다는 「오늘 당장 쓰고 보자」는 분위기다. IMF관리를 받아 한솥밥을 먹던 직장동료들을 떠나보내며 다시 만날 날을 기약했던 것이 바로 엊그제다. 남은 사람들이 떠난 사람들의 몫까지 열심히 해 다시 한식구가 되자고 다짐하던 기억도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을 위해, 나보다 더 젊고 전도양양한 사람들을 위해 형편이 좀 더 나은 사람과 나이많은 사람들이 양보한 결과 우리는 2년여만에 다시 경제를 재건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그 아픈 기억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다. 『다시 한솥밥을 먹기 위해 노력하자』고 했던 그 다짐은 물거품이 됐고, 나만 잘살고 보자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이래서는 안된다. 우리는 그 약속을 지켜야 한다. 정든 일터를 양보했던 사람들의 눈물을 이제는 닦아줘야 한다. 아직도 보육원에서 일터를 찾지못한 부모를 기다리는 아이들에게 부모를 찾아줘 그들이 상처받지 않고 자라게 해야 한다. 아이들은 오늘도 집나간 어머니가 자신들을 데리러 올 것을 기다리며 보육원 문앞을 응시하고 있다고 한다. 실직에 따른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세상보다 더 귀한 목숨을 끊은 우리의 아버지들은 이런 자식걱정 때문에 죽어서도 구천을 떠돌고 있다. 사회와 나라가 건강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사랑으로 서로를 보듬어야 한다. 아무리 많은 부(富)를 축적한다 하더라도 사랑이 없는 사회나 가정은 발전할 수 없다. 보육원과 양로원을 찾는 온정의 손길이 해가 바뀔수록 줄어들고 있는 지금 우리의 모습은 분명 사랑과는 멀리 떨어져 있다. 집을 나간 아빠엄마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보육원 어린이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과 용기를 갖도록 우리 모두 그들에게 따스한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 지금은 그런 어린이들이 가난과 불행을 딛고 일어설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할 때지, 흥청망청 할 때가 아니다. 천년을 마무리하고, 또다른 천년을 맞이하는 우리가 가장 먼저 새겨야할 것은 바로 이웃에 대한 사랑이다. JJ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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