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토요산책] 돈을 쓸 자리와 안 쓸 자리

다급한 전화 한통을 받았다. 3년 전 우리 회사에서 상담을 한 후 창업을 했던 한 회원분의 동생이라고 했다. 신설동에 1층 50평짜리 점포를 보증금 5,000만원, 월임차료 250만원, 권리금 5,000만원 포함 1억원에 계약, 오는 3월13일 잔금을 주고 인수하기로 했다는 것. 문제는 인수 금액이 타당한지, 할 만한 업종은 무엇인지, 무슨 메뉴를 하는 것이 좋은지, 주방장은 연결을 해줄 수 있는지 등등 질문이 끝이 없었다. 보다 정확한 업종 추천을 하기 위해서는 직접 현장조사를 한 후 업종 추천을 하는 출장상담을 받아볼 것을 권했다. 출장상담이란 전문가가 직접 현장을 보고 이제까지 경험한 현장 노하우를 살려 심사숙고한 후 2~3 가지 품목을 추천하는 것인데 문제는 대부분 전화로 상담을 하는 예비창업자들은 현장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그 점포에 딱 맞는 업종 2~3가지를 꼭 찍어주기를 원한다는 데 있다. 전문가라면 그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느낌을 주면서 말이다. 문제는 이때부터 발생한다. 물론 그동안 추어탕을 비롯, 수십년 장사를 해왔고 또 형제들도 창업을 한 사람이 많지만 몇 차례 실패를 하고 난 지금은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고 걱정이 많다는 것이었다. 혼자서 창업을 하기에는 그동안 시행착오도 있었고 또 나이도 50이 넘어 더 이상 창업에 실패해 돈을 잃으면 안되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 창업을 하고 싶다는 것. 그래서 이렇게 전화로라도 꼭 전문가의 확답을 받고 싶다는 것이었다. 특히 아무리 현장경험이 많은 전문가라 하더라도 변화된 상권을 보지 않고 어떻게 감으로 업종을 추천하라는 것인지 이럴 땐 정말 난감하다. 이처럼 대부분의 창업예정자들은 출장상담 비용에 대해 부담스러워 한다. 오늘도 똑같은 일을 겪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1억5,000만원을 넘게 들여 창업을 하는 분이 업종도 결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점포를 계약한 점도 걱정이 되고 지금같이 어려운 시기에 권리금을 5,000만원씩이나 주고, 그것도 1년 사이에 주인이 세번이나 바뀐 점포에 별다른 전략 없이 무조건 입점해 장사를 하겠다는 점도 문제라고 본다. 창업 현장 일을 하는 전문가로서 걱정이 앞선다. 어차피 점포를 계약한 상태라면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을 듯한데 권리금은 몇 천만원씩 주고 점포를 계약하면서도 업종 추천을 받는 데 드는 몇 십만원을 부담스러워 한다면 과연 돈을 쓸 자리에 제대로 쓰고 있는 것인지 정말 안타깝다. 굳이 출장상담을 권하는 이유는 점주가 보지 못하는 뭔가를 전문가의 입장에서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고 그것이 정확한 진단에 따라 창업의 성패를 판가름하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출장상담료를 입금을 하겠다고 해 일정 조정을 한 후 전화를 드리니 정말 죄송하다며 출장상담을 보류시킨다. 경험상 대부분의 예비창업자들의 출장상담에 대한 결론은 이렇게 난다. 안타깝기 그지없다. 돈은 쓸 자리와 아껴야 할 자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꼭 써야 하는 자리라면 과감하게 쓸 것을 권한다. 물론 이에 대한 현명한 판단을 전제로 하는 것이지만…. 하지만 창업에서 점포에 맞는 업종 선정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로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함은 물론이다. 스스로가 확신이 안 설 때에는 비용이 들더라도 점포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받은 후 업종 추천을 받고 전수 비용이 들더라도 그 후 노하우까지 전수받은 후 창업하는 것이 성공적인 창업의 길임을 확신한다. 지난주 읽은 책의 한 대목이 생각이 난다. 부자가 해외 골프여행은 몇 달씩 하면서 집에서는 휴지 한장도 경우에 따라서는 반씩 나눠 쓴다는 말이었다. 공감이 가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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