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7월 3일] 기업 구조조정과 시장의 잣대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5월 "주택건설 회사들의 도덕적 해이는 결코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고 못을 박은 후 금융감독당국과 채권은행들은 구조조정을 추진하기 위해 신용위험평가를 진행해왔고 6월25일 결과를 발표했다. 올해 채권은행들의 상시 신용위험평가에서 부실 건설사로 분류된 곳은 워크아웃(C등급) 9곳, 퇴출ㆍ법정관리(D등급) 7곳 등 총 16곳이다. 전체 평가대상 기업 대비 부실 건설사 비율은 11.1%로 지난해의 17.4%(29곳)보다 6.3%포인트(13곳) 하락했지만 D등급 건설사 수는 지난해 5곳에서 올해 7곳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부실 건설사 명단을 하나하나 따져보면 이런 평가는 무색하다. 구조조정 대상 건설사 16곳 중 6군데는 이미 시장에서 C나 D등급을 받을 가능성이 충분히 예견된 업체들이다. 채권은행들이 고심 끝에 구조조정 대상으로 분류한 곳이 아니라 이미 시장에서 구조조정 '살생부'를 받은 업체라는 얘기다. 시장에서는 언론에 보도된 부실 건설사 명단을 본 후 당초 예상한 수준이거나 예상에 못 미치는 정도라고 평가하고 있다. 오히려 금융당국이 구조조정 실적을 부풀린 게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마저 보내고 있다. 경기침체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국내 기업들의 부실화가 상당히 진전됐다. 하지만 정부와 금융당국은 그동안 이렇다 할 방어벽을 쌓지 않은 채 팔짱만 끼고 있었다. 기업들의 강한 자구노력을 요구하겠다는 이번 조치도 여전히 뒷북 행정으로 읽힌다. 사주와 경영진의 책임이 담보되지 않은 기업 자구노력이란 출발부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은행의 상시 신용위험평가에 대해서도 합리적 기준이냐 아니냐를 놓고 말들이 많다. 금융가 뒷골목에서는 이 때문에 이번 조치를 '이벤트'라고까지 폄하한다. 이벤트가 아니라 체질개선을 위한 엄정한 프로그램이라고 인정받고 싶다면 출발점에서부터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시장의 눈으로 볼 때 정부 및 금융기관의 이번 결정에는 명쾌한 논리와 엄정한 원칙이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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