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외국자본과의 세금전쟁 2라운드

"밀리면 끝장" 배수진 '외자 對 정부' 전선 확대

론스타ㆍ싱가포르투자청(GIC) 등 외국 자본과의 세금전쟁이 2라운드에 돌입했다. 과세당국과 외자의 다툼에서 한발 더 나아가 우리 정부까지 가세, 전선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실제 이런 징후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외국 자본들은 과세당국의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반(反)외자 분위기로 몰고 있고 대상도 과세당국에서 벗어나 우리 정부를 겨냥하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행정소송 등 법적 절차를 통해 우리 과세당국의 부당성도 밝힌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외국인들의 공세가 거세지자 그동안 내외국인 동등대우 등 원칙론을 표방했던 경제 수장인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까지 반박하고 나섰다. 최근 런던에서 열린 한국경제설명회에서 그는 “세금 부과는 우리 과세당국의 당연한 의무”라며 조세회피행위는 절대 용납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한 국제조세 전문가는 “외국 자본 입장에서는 한국에서 밀리게 되면 전세계 각국으로부터 동시다발적인 세금 추징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도 다르지 않다. 이번 세금전쟁에서 패하면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개방화 과정에서 외자의 조세회피행위에 대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수세에서 공세로, 외국 자본 반격 나선다=국세청ㆍ서울시 등 국세 및 지방세 과세당국이 외자에 대해 칼을 빼 들 당시 론스타ㆍGIC 등 대다수 외국 자본들은 저(低)자세를 유지했다. 한 예로 서울시가 GIC에 대해 지방세 탈루 사실을 포착하자 GIC 측의 한 관계자는 “승복하겠다. 언론에 알리지 말라”고 당부까지 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론스타 역시 우리나라에서 사회공헌기금을 내놓겠다며 세금 부과를 인정하겠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론스타는 회장까지 나서 과세당국이 아닌 한국 정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싱가포르 정부 산하기관인 GIC도 지방세 추징에 대해 행정절차를 통해 부당성을 제기한다는 계획이다. 다른 외국 펀드들도 우리 과세당국을 상대로 한 이의절차에 들어가는 등 예전과는 다른 분위기다. 이들이 이처럼 태도를 바꾼 데는 한국에서 밀리면 전세계에서 조세회피나 다름없는 절세(?)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 우리뿐 아니라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이들 다국적 펀드에 대한 각국 과세당국의 감시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지방세 등 우리 정부 전방위 외국 자본 압박=조세회피행위에 대한 정부 차원의 근절 의지는 지방세 과세를 총괄하고 있는 행정자치부가 최근 론스타에 250억원에 달하는 등록세를 납부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데서 잘 드러난다. 론스타는 강남구 역삼동 스타타워 빌딩 매입시 등록세 중과세를 피하기 위해 5년 이상 된 휴면법인을 인수, 이 법인 명의로 사들였다. 현행 지방세법은 수도권에서 설립된 지 5년 이하 회사가 부동산을 사들이면 등록세를 중과세하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당초 론스타의 세무 대리인은 스타타워 빌딩 매입시 행자부에 유권해석을 의뢰, 중과세 대상이 아니라는 판결을 받았다. 지난해 11월에는 서울시가 행자부에 등록세 중과 여부를 문의했는데 이때도 결론은 과세 불가였다. 행자부 관계자는 “당시에는 전후 사정이 파악이 안된 상태여서 중과세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며 “하지만 세부 내용을 파악한 결과 실질과세원칙에 의거, 조세회피 성격이 강해 이렇게 결정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지방세 유권해석 권한을 쥐고 있는 행자부가 종전의 판결을 뒤집고 이 같은 결론을 내린 데 대해 조세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에서 본격적인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한 부총리는 영국 런던에서 열린 경제설명회에서 “어느 외국 법인이든 (국내) 법과 규정을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대 외국 자본, 승자와 패자는=서울시가 1차로 13개 외국 법인을 대상으로 지방세 세무조사를 벌여 363억원을 추징했다. 이 과정에서 GIC는 167억원의 세금을 추징당했다. 시는 이외에도 40여곳에 대한 추가 지방세 세무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의 한 관계자는 “이런 추세로 볼 때 단순히 과세당국이 아닌 정부 차원에서 움직이는 것 같다”며 이 점이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재경부 관계자는 “합법적 이익은 보장하지만 불법적 수익까지 보호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S회계법인의 한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이번 세금전쟁에서 패하면 신뢰도 하락 등 적잖은 부작용이 불가피하다”며 “승자와 패자가 누구냐에 따라 양측의 상처는 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진행될 법정 다툼의 핵심은 실질과세의 원칙”이라며 “실질과세원칙을 누가 증명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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