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전기와 물 동시에 공급…해외 원전 수주 '첨병'으로

[녹색성장의 화두, 원자력 발전] <2> 중소형 원자로 수출 가속화<br>원자력연구원 개발 '스마트 원자로' 증기발생기등 핵심 원천기술 확보<br>국내 13개 기업과 컨소시엄 구성 내년까지 표준설계 인가 획득나서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오는 2011년까지 스마트 원자로의 표준설계 인가를 취득하고 스마트의 공동 건설을 제안해온 카자흐스탄에 수출하는 등 세계 중소형 원전 시장 선점에 나설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6위권의 원자력 강국이다. 하지만 기술 도입 당시 체결된 한미 원자력 협정에 발목이 잡혀 그동안 해외 수출에 많은 제약을 받아왔다.

이 같은 한계의 극복을 위한 돌파구가 바로 국내 기술로 독자 개발한 일체형 중소형 원자로 '스마트(SMARTㆍSystem-integrated Modular Advanced ReacTor)'다. 스마트는 원자로 내부의 제어봉, 스팀 제너레이터 등 핵심부품이 일체화돼 핵 비확산성 문제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또한 전기와 함께 담수의 공급이 가능해 대형 원전 도입이 어려운 동남아시아ㆍ중동ㆍ중앙아시아 지역으로의 수출에 최적의 조건을 갖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스마트가 국내 원전 수주 열기를 가속화시킬 첨병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력과 담수를 한 번에 공급=스마트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독자 개발한 대형 상용원전 10분의1 크기의 열 출력 330㎿급 중소형 원자로다. 전력 생산만 가능한 대형 원전과 달리 원자로에서 발생하는 열을 이용해 인구 10만명 이하의 도시에 전기와 물을 동시에 공급할 수 있다는 게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원자로 외부에 증기 터빈 발전기를 부착하면 하루 약 9만㎾의 전력 생산이 가능하며 해수 담수화 플랜트와 일체화시킬 경우 하루 약 4만톤의 담수를 생산할 수 있다.

또 대형 원전은 가압기ㆍ냉각펌프ㆍ증기발생기 등이 원자로 외부에 배관으로 연결돼 있는 반면 스마트는 한 개의 압력용기 내에 이들을 일체형으로 내장해 주요계통을 단순화시키고 핵심 기기를 표준화ㆍ모듈화했다. 따라서 각종 배관의 파손에 따른 방사능 물질 누출 우려가 없어 기존 원전 대비 안전성이 대폭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스마트는 대형 원전과 달리 핵심 원천기술을 우리가 모두 확보하고 있다. 원자력연구원은 독자기술로 스마트의 원자로계통 기본 설계를 완성했으며 전산코드 등에 이르는 원천기술의 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또한 증기 발생기, 주냉각재 펌프, 제어봉 구동장치 등 주요 핵심 기기의 축소 시제품 제작 및 성능 시험을 실시해 국제원자력기구(IAEA)로부터 세계 각국이 개발하고 있는 중소형 원자로 가운데 개발 정도가 가장 앞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개도국 대상 수출 가속화=미국 에너지부(DOE)에 따르면 전세계 중소형 원자로 시장은 오는 2050년까지 최대 1,000기의 신규 수요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IAEA 역시 향후 해수 담수화용 1,000억달러, 소규모 전력생산용 2,500억달러 등 총 3,500억달러 규모의 거대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개도국 등 신규 원전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국가들 대부분은 대형 원전보다는 스마트 같은 중소형 원자로 도입에 한층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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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해 하나로는 아직까지 전력수요가 크지 않은 개도국들과 물이 부족해 바닷물을 담수화할 필요가 있는 중동 및 아프리카 국가에 가장 이상적인 원자로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카자흐스탄이나 칠레처럼 국토는 넓지만 인구밀도와 전력수요가 크지 않아 발전비용에 비해 송ㆍ배전 비용의 비중이 매우 높은 지역에 최적이라는 평가다.

김학노 한국원자력연구원 스마트 개발본부장은 "스마트는 개도국, 섬나라 등 대형 원전의 설치가 불필요하면서도 물 부족으로 해수 담수화가 요구되는 지역에 탁월한 효용성을 발휘할 수 있다"며 "이미 필리핀ㆍ카자흐스탄ㆍ인도네시아ㆍ리비아ㆍ칠레 등의 국가들이 스마트 도입에 적극적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또 "스마트는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중소형 원전 중에서도 가장 먼저 실증로 건설에 착수해 상용화 시기에서 앞서 있다는 것도 핵심 경쟁력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컨소시엄 구성 표준설계인가 획득=구체적으로 원자력연구원은 2016년까지 7,00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스마트 실증로를 건설할 예정이다. 벌써부터 이의 유치를 위한 각 지방자치단체들의 물밑작업이 한창이다.

또한 원자력연구원은 이의 전 단계로 2011년까지 약 1,700억원(정부 700억원, 민간 1000억원)을 투입해 스마트 원자로의 기술 검증과 표준설계 인가의 획득에도 나설 방침이다. 이를 위해 올해 말까지 원자로의 노심과 원자로 냉각계통 및 안전 계통의 표준설계를 마치고 모든 개별효과 검증시험을 완료하는 등 기술 검증을 수행할 계획이다. 스마트에 투입되는 핵연료는 한국원자력연료, 플랜트 설계는 한국전력기술, 기기는 두산중공업이 각각 개발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원자력연구원은 스마트의 조기 상용화를 위해 최근 국내 13개 기업이 참여하는 KEPCO 컨소시엄과도 협약을 체결했다. KEPCO 컨소시엄에는 한국전력과 한국전력기술ㆍ한국수력원자력ㆍ한전원자력연료ㆍ포스코ㆍ포스코건설ㆍ포스코ICTㆍ대우엔지니어링ㆍSTX중공업ㆍ대우조선해양ㆍ대우건설ㆍ삼창기업ㆍ일진에너지 등 총 13개 기업이 참여한다.

컨소시엄은 내년까지 참여 지분에 따라 총 1,000억원의 분담금을 납부하게 되는데 표준설계 인가가 완료되면 성과물에 대한 공동 소유권을 갖고 향후 국내외에 스마트 원자로를 건설하는 후속 사업을 수행하게 된다. 원자력연구원은 컨소시엄 참여 기업들의 해외 마케팅 네트워크를 활용함으로써 중소형 원전시장을 조기 선점한다는 복안이다.

양명승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은 "이번 컨소시엄 구성을 통해 연구원과 한전 등이 힘을 합쳐 새롭게 열릴 중소형 원전 세계시장에 함께 도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며 "내년 말까지 표준설계 인가를 획득하면 스마트를 우리나라 원자력계의 새로운 대표상품으로 내세워 2050년까지 3,500억달러에 달할 중소형 원전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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