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취업대란 무책이 상책인가(사설)

올 취업전선은 사상 최악으로 예고돼 있다. 벌써부터 전쟁이니 대란설이니 하는 듣기에도 섬뜩한 말이 무성하다. 금년 하반기 취업을 원하는 4년제 대학졸업(예정)자는 32만명선으로 추정된다. 작년 하반기 27만3천여명보다 16%(4만여명)가 늘어난 수치다. 취업희망자를 분류해 보면 졸업예정자가 17만2천명, 취업재수생 12만5천명, 전직희망자 2만여명 등이다.그러나 기업들의 채용인원은 희망자를 소화하기에는 태부족이다. 지난해의 9만2천명보다 25%나 줄어든 8만명선에 불과하다. 취업경쟁률은 단순계산만으로도 4대1에 달한다. 대졸자 4명 가운데 3명은 일자리를 찾지 못한다는 얘기다. 실로 딱한 노릇이다. 대그룹만을 떼어 놓고 보면 한층 실감이 간다. 50대그룹의 하반기 채용규모는 1만6천명선으로 지난해 1만8천명보다 11% 가량 줄었다. 현대·선경 등 일부그룹만이 채용인원을 늘렸을 뿐, 거의 예년 수준이거나 축소했다. 이미 부도를 냈거나 부도유예협약 적용을 받은 한보·삼미·진로·대농·기아 등은 신규인력을 뽑을 여력이 없다. 모두가 불황의 장기화 탓이다. 여기에 올들어 실직자도 크게 늘어 고용시장은 지난 80년이래 최악이다. 지난 8월말 현재 30인이상 사업장중 2천9백여 사업장이 폐업 또는 없어졌다. 11만8천명의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었다. 그런데도 통계청의 실업자수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기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 8월말 현재 실업자수는 전달보다 1만명이나 줄어든 46만5천명으로 집계된 것이다. 따라서 실업률도 7월의 2.2%에서 8월에는 2.1%로 떨어졌다. 이같은 모순은 경제활동인구의 감소에서 비롯된 것이다. 취직이 어렵다보니 아예 취업노력자체를 포기, 취업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통계에 잡히질 않았기 때문이다. 또 임시직 근로자가 늘어난 것도 실업률이 낮은 한 이유다. 숫자의 장난인 셈이다. 실업률이 높아지면 좋을 일이 없다. 우선 사회자체가 불안해지면서 갖가지 증후군이 나타난다. 명퇴·조퇴 등으로 정신신경과를 찾는 환자가 늘었다는 것은 이미 여러번 보도가 됐다. 개인 서비스업종만 늘어나 대도시 근교의 경관이 그럴 듯한 곳에는 갈비집·레스토랑·러브호텔 등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대학생들도 졸업을 기피, 휴학계를 내고 언어연수 등 유학을 떠나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이 많아졌다. 대학원진학률이 높아진 것도 취업난 때문이다. 인적·물적자원의 낭비다. 해법은 결국 경제 살리기밖에 없다. 경제를 회생시켜 고용시장을 안정시켜야 한다. 우선 최대 현안인 기아문제부터 빨리 매듭지어야 한다. 정부는 기아문제와 관련해서는 손을 놓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해결이 늦으면 늦을수록 그만큼 국가적인 손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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