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의 병은 차가운 기운에서 시작된다.’
이런 전제에서 보면 날이 추워지면서 감기가 흔해지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흔한 질병이 감기일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인류역사와 함께 시작된 의학의 오랜 전통에도 불구하고 감기는 사라지지 않는 것일까. 여기에는 여러 가지 관점과 이유가 있다.
우선 병리적으로는 감기를 가져오는 바이러스가 항상 변한다는 점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인류에게 치명적 위협을 가한 사스 바이러스가 아니라도, 인류는 끊임없이 크고 작은 바이러스와 어울려 살고 있다. 바이러스는 한가지에 대한 정체가 규명되어 백신을 개발한다 해도 수없이 새로운 변종이 생겨나기 때문에 그것을 완전히 뿌리뽑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아니라면 함께 어울려 살면서 그것을 이겨내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인 지도 모른다.
많은 감기약이 나와 있지만 대부분 감기 원인균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감기로 인해 발생하는 증상들을 다스리는 대증적 치료를 위한 것이다. 만일 감기를 이길 수 있는 보다 근원적인 치료제를 찾으라 한다면, 바이러스를 물리치기 위한 약물보다는 인체가 바이러스나 세균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위한 약재를 찾는 게 보다 정답에 가까운 해법일 것이다.
감기를 이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체내에 바이러스나 세균이 들어올 때 간단히 물리칠 수 있는 저항력을 갖추는 것이 최대의 방어책이다. 많은 사람들이 똑같은 기후조건 똑같은 공기에 노출되고 있지만 어떤 사람은 감기에 걸리고 어떤 사람은 감기에 잘 걸리지 않는 차이가 있다. 이런 차이가 나는 것은 무엇보다 면역력의 차이에서 생긴다.
감기는 아주 흔하게 생기고 또 사라지는 계절병이지만 사소하게 여기고 놓아두었다가는 비염 폐렴 뇌막염 기관지염 중이염 천식을 비롯하여 온갖 중대질환으로 악화할 수 있다. 그래서 '감기는 만병의 근원'이라고 하는 것이다. 추위를 견디고 몸 안에 침투하는 각종 바이러스의 공격으로부터 안전하기 위해서는 평소 몸을 따뜻하게 하고 잘 자고, 잘 먹고, 운동과 영양보충 등으로 몸이 지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은주ㆍ서울 강남구 역삼동 대화당한의원장ㆍdaehwadang.co.kr